머리의 하루 일과
머리의 움직임을 하루의 일과 속에서 설명하겠습니다. 명상이 무엇인지를 아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명상을 직접 해보고 머리가 움직이는 방식에 흥미가 생겼을 때 읽으면 더욱 흥미로울 것입니다.
① 기상 - 프로그램 설정
아침에 잠에서 깨어 눈을 뜨면 머리는 매일 '나는 누구지?'와 '지금은 언제지?'와 '지금 어디에 있지?'를 다시 세팅합니다. 예를 들어 호텔에서 눈을 뜨면 낯선 천장이 눈에 들어오고, 곧이어 '아, 그렇지 여행하고 있었지.'라고 생각해 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아 '아, 그렇지'라고 생각하기까지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그 사이에 머리는 '자기(who), 시간(when), 장소(where)'에 관한 정보를 재설정합니다.
② 전체적인 확인
그다음에 머리는 바로 현재의 문제를 자기 책상 위에 펼쳐 놓습니다. 걱정거리가 있으면 곧 걱정하기도 합니다. 걱정거리인 그 무엇(what)을 책상 위에 늘어놓습니다. 책상에서 선반 위로 올려놓고 기억의 영역으로 아직 옮기지 않은 걱정거리도 또다시 책상 위에 펼쳐 놓습니다. 또 동시에 머리와 육체의 연결고리를 확인합니다. 몸의 움직임이 좋지 않은 곳이 있으면 스트레칭이나 진동을 통해 연결을 확인하고 조정합니다.
③ 일상적인 활동
하루 동안 활동할 준비가 되고 기능적으로 몸과 마음을 일으켰으면 머리는 일상적인 작업을 바로 시작합니다. 즉 눈, 귀, 코, 혀, 피부 등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를 받아서 그 정보와 관련 있는 기억이나 학습내용을 떠올리고 나서 어떻게 행동할지를 결정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지속적으로 다시 축적하는 과정을 되풀이합니다.
'어떻게(how)'의 과정 즉 정보처리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 봅시다. 외부의 정보가 내부로 전달되는 방식으로 정보가 흐릅니다. 그 정보는 이전에 학습하고 기억했던 내용과 비교, 대조되어 판단과 행동의 방식을 결정하고 그렇게 해서 학습된 결과는 다시 축적되는 흐름을 갖습니다.
그 움직임을 더 자세하게 분석해 보면 각각의 과정은 Get, Hold, Compare, More라는 '욕구의 4요소'로 움직이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얻고 싶다', '유지하고 싶다', '비교하고 싶다', '더 많이'입니다. 머리는 '무엇보다 자신을 먼저 지켜야 한다'라는 '욕구의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반대 방향에는 '사랑의 4요소'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머리는 '사랑의 방향'으로 움직이지는 않지만, 이상적인 것은 사랑의 4요소를 기반으로 행동하는 것입니다.
④ 잠자면서 기억 정리
머리는 하루 동안 많은 양의 정보를 처리합니다. 머리에는 그 일에 효율적으로 하는 데 사용하는 '일시적인 기억 영역'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머릿속에 작업할 수 있는 책상이 있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머리는 그 책상 위에서 계산 용지와 메모지를 사용하면서 일을 합니다. 하루 일과가 끝나면 그 계산 용지와 메모지 그리고 사진과 복사지 같은 서류더미가 책상 위에 잔뜩 쌓여 있습니다. 그것을 책상에 놓인 데이터라고 부릅니다. 책상 위에 데이터가 수북이 쌓여서 넘쳐나면 일하기 어렵겠지요? 그래서 잠을 자는 동안에 데이터를 분류하고 정리합니다.
'정리하는' 작업 과정을 순서대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Ⅰ 데이터의 선택: 책상 위에 있는 데이터를 따로따로 골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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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데이터의 분류: 상자에 수납해서 보관할 것과 보관하지 않고 둘 것으로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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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데이터에 색인 붙이기: 보관할 것은 항목을 정리해서 꼬리표를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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Ⅳ 데이터의 이동: 꼬리표를 붙인 것을 정리해서 이동용 선반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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Ⅴ 데이터의 보관: 이동용 선반에서 각각의 보관함에 옮겨 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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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다섯 번째 '데이터의 보관'에서 '책상'에 있는 데이터가 '기억 창고'로 옮겨집니다. 다시 말해서, '일시적인 기억 영역'에서 '항구적인 기억 영역'으로 옮기는 것입니다. 이동용 선반에 올린다는 것은 '책상 위'에서 '기억 창고'로 가는 중간 단계로 '이동용 선반에 분류해 놓다'라는 의미입니다.
또 이 작업과 연결된 것으로 Ⅵ '프로그램의 생성'이 있습니다. 학습한 것을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서 가까이 놓는 작업을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기억'이라는 것은 하루 동안 작업한 데이터를 밤에 잠자면서 일시적인 기억 영역에서 항구적인 기억 영역으로 이동시키는 작업입니다. 그때 나중에 쉽고 빠르게 기억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정리, 분류된 각각의 장소에 여러 가지 꼬리표를 붙여서 보관하게 됩니다. 이런 정리, 분류와 꼬리표 붙이기는 잠자는 동안에 이루어지지만, '사고를 담당하는 뇌(머리)'가 관여합니다. 머리가 관여하는 시간대는 낮 동안 깨어있을 때와 비슷하게 활발한 활동을 합니다. 이것이 렘 수면인데 렘 수면에 대해서는 뒤에 다시 설명하겠습니다.
명상을 실천한다는 것은 이런 '책상 위'를 정리하는 것을 말합니다. 즉, 데이터를 보충하고 분류해서 꼬리표를 붙이고 선반에 올리는 것입니다. 잠자는 동안에 뇌가 작업하는 것과 거의 같습니다.
다만 Ⅰ '데이터의 보관'은 생리적으로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머리가 이것저것 따지고 생각해서 하는 것은 아닙니다. Ⅵ '프로그램의 생성'에 대해서는 다음 항목에서 말하겠습니다.
어린 시절 뇌에 심어진 프로그램도 바꾼다
막 태어난 아기에게는 어떤 경험도 없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만들어놓은 프로그램도 역시 전혀 없습니다. 점차 성장해 가면서, 경험하고 학습한 것을 축적하게 됩니다. 그럼 '경험한 것'과 '학습한 것'의 관계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경험한 것'은 '기억'이기 때문에 바꿀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학습한 것'은 '해석'이기 때문에 나중에 언제라도 바꿀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 말씀을 잘 듣는 것이 이익'이라고 생각해서 '부모님에게 복종하는 것'을 행동지침으로 삼습니다. 즉 '프로그램'을 스스로 학습해서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초등학생일 때는 말 잘 듣는 좋은 아이로 통했지만, 중고등학생이 되면 "언제까지 부모님이 하라는 대로 하지 않겠다'라고 하는 반항기를 맞이하여 '부모님에게 반항'하기도 합니다. 즉, 어린 시절에 "부모님에게 버려지면 살 수 없다"라고 내린 해석이 성장하면서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다"라고 바뀌는 것처럼 그와 관련된 프로그램도 변하는 것입니다.
보통은 이렇게 어린 시절을 보내는 데 필요한 '프로그램'이나 '살아가는 방침'을 만들고 그것에 따라 성장합니다. 그러나 그 프로그램이 더 이상 필요 없어지거나 어색해지면, 해석을 바꾸어서 프로그램을 재검토합니다. 그런데 재검토가 잘되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지 못하면 살아가는 의미가 없다'라든가 '사랑받지 못하면 살아가는 의미가 없다'와 같은 생각을 줄곧 품게 되고 평생 그 프로그램에 구속되어서 살게 됩니다.
'어린이의 시선'에서 만든 프로그램은 성장한 뒤에는 본인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왠지 힘들다. 사는 게 재미없다'라는 느낌을 받게 되면 뭔지 모르지만 혹시 내가 어린 시절의 프로그램을 갖고 있지 않나 의심해 보십시오. 그래서 그런 어린 시절의 프로그램을 발견하면 해석을 바꾸던가, 그 프로그램을 버리세요. 그러면 인생은 몰라볼 정도로 즐거워집니다. 어린 시절 성급하게 만든 '좋지 않은 프로그램'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해도 그것이 정말로 나에게 '독'이 되었을 때는 바꿔버리면 됩니다. 이미 늦지 않았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한 재검토와 변경 작업을 효율적으로 실행하고 싶을 때 명상은 대단히 유효한 방법이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명상에 숙달되면 그 프로그램이 만들어진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당시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게 되고 그러면 프로그램에 대한 해석을 매우 간단히 바꿀 수 있습니다.
명상 중에는 뇌의 활동이 활발해진다
'생각'이나 '기억'의 방식, '프로그램'의 성립, 변경 방법은 명상에 숙달됨에 따라 차츰 분명히 알게 됩니다. 그러면 그것은 도대체 뇌의 어느 부분에서 일어나는 것일까요. 저는 이것이 알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광 토포그라피(光, topography)를 사용한 뇌 연구에서 일본의 제1인자이자 제 친구인 와타나베 에이쥬 자치의대 교수에게 상담을 했습니다. 그러자 그는 "그거 흥미롭겠는데. 그럼 광 토포그라피를 사용해서 측정해 보세. 하나도 아프지 않으니까 걱정하지 말게"라고 말했습니다. 그날 바로 준비가 되어서 명상에 든 저의 뇌 활동상황을 실제로 측정해 보았습니다.
저는 컴퓨터와 연결된 헬멧처럼 생긴 장치를 머리에 썼습니다. '아프지 않다고 했지만 오래 쓰고 있자니 광섬유 끝이 좀 아프군'하고 생각하면서 명상을 계속했습니다. 처음에는 통증 때문에 곧바로 평소와 같이 명상에 들지 못했지만, 계속 진행하는 동안에 헬멧에도 익숙해져 순조롭게 깊은 명상에 들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몇 차례의 실험을 거듭해서 다음의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① 명상을 시작한 초기에는 전두엽이 이상할 정도로 활발하게 활동한다.
② 그 후 전두엽의 움직임은 급격하게 줄어들어서 거의 활동하지 않게 된다.
③ 과거에 관한 기억을 할 때는 후두엽의 움직임이 매우 활발해진다.
①은 만트라를 외우면서 '선반 올리기 작업'을 열심히 하고 있는 '실천 명상'의 상태입니다. ②는 책상 위의 데이터를 모두 정리해서 치우고 난 상태 즉 고요한 '경지 명상'의 상태입니다.
③도 '경지 명상'을 할 때인데, 지금까지는 기억하지 못했던 것으로 초등학교 시절 복도 밑의 콘크리트의 모습을 생생하게 떠올리고 있었을 때입니다.
이 실험을 통해서 기억을 처리하는 부위가 전두엽이고 과거의 기억은 후두엽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와타나베 교수는 이 실험에서 힌트를 얻어서 여러 차례의 실험과 검증을 통해 "시각 기억은 후두엽에 존재한다"라는 실험 보고서를 학회에서 발표하였습니다.
저에 대한 실험이 조금은 도움이 된 것이지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아직 실험으로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저의 체험을 통해서 보자면 기억 정보는 하루를 단위로 조금씩 뒤로 이동한다고 생각됩니다. 여하튼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지만 기억은 뇌의 특별한 기능이라 하겠습니다.
「자기계발을 위한 15분 명상」 / 2007, 불광출판사」
지은이 - 호우사이 아리사
일본에서 대중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명상 지도자이자 수필가다.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명상법을 계발해서 지도한 지 십여년 정도 되었다. 현재는 주로 도쿄를 중심으로 오오사까, 나고야 등지에서 '호우사이 명상모임'을 열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과학적 명상방법을 지도하고 있다. 지금까지 약 30여 권의 명상 관련 서적을 출간하였는데, 명상으로 얻은 깨달음을 토대로 하여 인간의 심리를 깊이 있게 통찰하는 책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옮긴이 이 필원
대학에서 철학을 배우고 대학원에서 인도철학을 연구하였고 일본 북쿄대학에서 아라한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와 청주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아라한 개념의 발전과 전개」「수타니파다에 나타난 번뇌론과 수행론 고찰」「일래(一來)에 대한 고찰」이 있고, 번역서로 「붓다와의 대화」가 있다.
「자기계발을 위한 15분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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