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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쉼터

약속과 업보

by 마하연 2023. 1. 14.

"여보세요....... 시님 ... "  알듯 말듯 뉘신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시님... 시님... 지 모르겟심니꺼? 지 진주 중앙시장 좌판 하는 금갱이 ××금갱이 할매 이니더..."

"네! 금강이 할매요, 아이구 할매 우짠 일이십니까?"

그러고 보니 벌써 십몇 년간 기억 저 너머에 고이 접어 두었던 인연 중 하나가 불현듯 오버랩된다. 그 짧은 순간 오만 베라벨 생각이 다 스쳐간다.

갑자기 우얀 일로 날 찾을까? 먼 사단이 낫길래... 그동안 내 주소도 바뀌고 전화번호도 바뀌어서 찾기 쉽잖았을 텐데...

순간 정적을 깨고 수화기 너머로 꺼이꺼이 흐느끼며 목이 메인 소리가 들려온다.

"시님! 잘못했습니더 죄송합니다. 살다보이 께네 시님께 약속도 몬 지키고 죄스럽고 하다가 이제라도 마 이리 전화드리고 하니께 맴푸시소. 에나(진주사투리로 정말 진짜의 뜻)로 용서하시소 시님."

한참 전에 이 보살님 부군상 당하셨을 때 너무 형편이 어려우셔서 49재 백일재를 과일값만 받고 나중에 찬찬히 갚으시라고 외상으로 해드린 적이 있는데 저는 이미 다 잊고 있었습니다. 당시 금강이라는 손자가 꽤나 영리해서 과학고를 갔다고 손지가 출세하면 꼭 갚겠노라고....

본인도 안타까우신 마음에 훗날 이런 시주 저런 시주도 꼭 하겠노라고 하셨는데 저는 그냥 애교로 받아넘겼는데 이 보살님은 그게 다 맘에 걸렸던가 봅니다. 그런데 그 똑똑하고 촉망받던 손자가 맘먹은 대로 풀리지 않고 매사가 꼬여나가니 궁리 끝에 시님한테 약속을 안 지켜서 벌받았다고 생각이 드셨던 모양입니다.

마하반야바라밀_()_

한 시간여를 달래고 진정시켜서 통화를 마치고 나니 맥도 빠지려니와 다시 한번 인생과 삶 그리고 살아가면서 하는 말들 약속과 업보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언제 어디든 마찬가지겠지만 부처님 나라엔 늘 신축이든 증축이든 보수공사든 개금불사든 기와불사든지 항상 불사가 이어지고 그에 따른 시주도 따르게 되어 있습니다. 자의든지 스님이나 도반들의 권유에 의하든지 시주 약속을 하고 정성으로 이행을 하는 불심이 있기에 부처님 나라는 영원한 법입니다.

그런데 살다 보면 형편이 변하기도 하고, 처음엔 열정으로 하지만 집에 와서 생각해 보니 부담도 얹히는 것 같고 사심이 생겨 차일피일 미루다 보면 어느새 약속을 저버리게 됩니다.

그러나 처음 발심한 시주에 대한 약속은 이미 하늘에 대한 약속이고 신에 대한 약속이고 우주 본연에 대한 약속이기에 섣불리 할 수 없습니다. 순수한 마음으로 지극정성심으로 지켜나가야 할 명제입니다.

청량 무구한 순수한 시주는 시주 돈이 나가는 만큼 내 업장이 씻겨나가게 됩니다. 내 몸의 탁기 사기 오기가 덜어지게 됩니다.

시주의 공과로는 내 복이 아주 작게는 3배 크게는 10배 100배까지 공덕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습니다. 시주 공덕이 어떠한 물질로 돌아오든 내가 처한 환경이 바뀌든 자식이나 손자가 복을 받아 가든지 반드시 온다는 부처님 말씀이십니다.

신과 약속, 부처님과 약속, 하늘과 우주와 약속을 해놓고 아깝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고 또한 마장에 들어 약속한 절과 스님과 멀어지기도 하는 경우도 왕왕 보게 됩니다.

그렇지만 우주는 트릭을 주어 반드시 약속한 만큼 나가게 만들고 맙니다. 오히려 본인이 약속한 금액보다 최소한 3배 10배 100배까지도 나가게 만듭니다. 혹간에는 몸을 다치거나 가정불화도 일으키고 심지어는..

큰 뜻으로 맺은 시주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그러기에 현재 본인의 근기와 자질만큼 감당할 수 있는 만큼, 내 가슴에 와닿는 만큼 약속하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우리는 심봉사와 심청이의 이야기를 잘 알고 있습니다. 소설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많은 깨우침이 함장되어 있고 중험한 메시지가 있음을 챙겨보셔야 합니다.

절실하게 가난한 심봉사에게 시주를 권한 스님이나 덥석 시주 약속을 하고 고민에 식음을 전폐한 심봉사 그리고 효녀 딸과 인당수... 황후가 되고... 눈을 뜬 심봉사 이야기....

여기서 팩트는 엄청난 정성을 들여야 하늘이 감동하고 끝내 지켜진 약속이 하늘을 감동시켜 궁극에는 우리네 인생까지도 운명까지도 변화시킨다는 메시지 아닐까 싶습니다.

신과의 약속, 하늘과 약속, 우주와의 약속, 영원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은 복을 받드는 것이라고 경에 이르고 있습니다.

태초에 말, 말씀이 우주를 창조하였습니다. 말, 말은 우주 창조의 근원이기에 "일체 유심조" 라고 하였습니다. 우리 인간은 몸과 영혼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몸과 영을 이어주는 것이 마음이고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 말입니다. 그러기에 말에 영이 스며 있다 하여 어영語靈이라 합니다.

사람들끼리 말을 할 때 농담이나 조크 위트에는 심각하게 어영이 반응하지는 않지만, 신과 우주와 부처님과의 약속은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합니다. 설령 치기나 용심으로 남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의 약속은 절대로 꿈속에서라도 하시면 큰일납니다.

부득불 불가항력에 의해 우주가 인정할 만한 이유에 합당한 근거가 되더라도 응과는 받게 됩니다.

지나는 말로 스님 절 지시면 제가 땅 사 드릴게요.

불사하실 때 연락하십시오 보태겠습니다.

스님 기도 덕분에 ○○ 됐습니다. 스님 은혜 꼭 갚겠습니다.

하늘에 우주에 기록되니 허투로 말씀하셔서 어영 語靈이 분기하게 만드시면 반드시 큰 액난이 따르게 됩니다. 할퀴고 부러트리고 자빠뜨려 본때를 보여주게 됩니다. 더욱이 지금은 말법 정역시대 인지라 '순현보'로 당대에 받게 됩니다.

이 밤도 저뭅니다. 낮에 모아논 태양에너지가 희미하나마 마하연임을 알려줍니다.

참 힘든 하루였습니다. 여러분 편히 쉬세요.

마하반야바라밀

마하반야바라밀

마하반야바라밀_()_

2018년 5월 9일

 

 

승묵스님 글모음 길라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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