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혼의 쉼터

나무 행복 보살 마하살_()_ ^^

by 마하연 2023. 1. 14.

근 이틀간 폭탄 같은 비가 퍼붓습니다.

어느덧, 반백년 이상을 살아왔고 산에서만 근 이십 년을 족히 넘어 살아왔건만 무술년 올해처럼 오월비가 이리도 사납고 맹렬하게 퍼붓는 경우는 정말 희유한 현상인 듯합니다.

 

불과 며칠 전 초파일 준비한다고 도로 정비하고 산신이운하고 테라스 지붕공사를 마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장맛비보다 더 맹렬한 폭우가 여기저기를 할퀴고 생채기를 내고 갑니다.

포클레인으로 잘 닦아논 길이 엉망진창이 되었습니다.

비가 잠시 소강상태인 틈을 타서 물골도 내고 일차 정비 중입니다.

눈 올 때 쓰는 가래입니다.

작살을 내고 나니 온몸은 파김치고 숨은 턱에 걸치고 땀과 흙범벅이 된 내 몰골이

우습고 처량하고 서글프고 한마디로 올가망시럽습니다.

나름 깨끗해졌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 행차에는 지장 없을 듯합니다.

어제오늘 이틀 동안 호박돌 나르고 삽질에 가래질, 괭이질...

평소 고질병인 손목이 시큰거리고 허리도 아프고 엉치도 아프고 기운도 달리네요.ㅠㅠ

산신할배 전 길 보수는 몸 좀 추스르고 내일 할까 합니다.

아자! 아자!

고이고이 감춰둔 산삼 깍두기 웅담 장조림 먹고 힘내서 울력하겠습니다.^^😄

지금 저의 모습 아닐까? 싶네요 ㅎ

가만히 저의 생을 돌아봅니다. 크나큰 홍복으로 사문이 되어 지나온 나날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혹독한 2년간의 행자 생활을 마치고, 소위 요즘 말로 표현하면 '대박문중'의 대율사님의 상좌가 되어 전도양양했던 찰나지간을 거쳐서 뜻밖의 은사 스님의 입적 그리고 천애 고아가 되어 이절 저절 떠돌다 산천을 스승 삼고 삼라만상을 화두로 운수납자가 되어 구름이 되고 바람이었던 시절....

오십여 성상 만에 처음으로 비 피하고 바람 막아 줄 서식처에 정착한 이곳 '마하연', 어느덧 햇수로 4년째입니다.

저의 전생도, 그 전생도 '불목하니'였고 무소유로 생을 마감했던 '풍운서생'이었던 업보인지는 몰라도 몇생만에 처음으로 내 명의로 된 등기부 등본을 가지려니 많은 애로와 장애가 따라다니나 봅니다.

진주까지 오가며 신뢰를 쌓아둔 분당 보살이 소개하기에 믿으려니 하고 덥석 사들인 이곳. 반 사기꾼 토목 업자와 부동산 업자의 농간에 경매에 넘겨지고... 소설책 몇 권 분량의 간난신고를 타고 넘어왔습니다.

여태껏 "나는 참 복이 없나 보다. 여느 스님들 보면 은사 스님 잘 만나 좋은 환경에 좋은 조건 물려받아 명예, 부 잘들 누리건만.... 내는 어찌 이리 박복할꼬! 돌멩이 하나 풀 한 포기도 내 손 아님 안되고 이 나이 되도록 공양주도 읎이 이리 찌질하게 살까?"

한때는 원망도 있었고 나 자신의 어리석음에 대한 회한도 품었지만 돌이켜 보면 일대사 공부를 위한 시침질, 풀무질, 다림질, 담금질이 아니었나 싶어 감사할 뿐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경매를 받은 지 벌써 일년하고도 반년이 되었습니다. 여느 가정집 살림이라면 엄두도 못 낼 은행 이자와 약간의 사채 이자까지 무탈하게 잘 이겨 나가고 있으며 대웅보전 불사 천일기도 역시 원만 정진 중입니다.

한 도반 스님께서 저에게 그러십니다. 절 규모는 '구멍가게'인데 살림 꾸려나가는 모양은 '중견기업'이고 제자들은 도사님들이라구요... 너무너무 부럽다구요 ....

정말 제가 생각해도 신도 가구 수나 구성원들의 객관적 부의 수준으로 보면 SOHO 기업이건만 불가사의한 일? 같습니다.^^

정녕 저는 참~ 복이 많은 사문입니다. 지복의 감사함 만유에 회향합니다.

옛날부터 복을 논할 때면 흔히 오복이라 하여

1. 壽: 장수하는 것

2. 富: 부유하게 사는 것

3. 康寧: 몸이 건강하고 마음이 편안한 것

4. 攸好德: 도덕 지키길 좋아하는 것

5. 考終命: 제명대로 살다가 편히 죽는 것

이라 하였으며 이 오복을 염원하기 위해 새집을 지으면서 상량할 때는 대들보 밑에다가 "하늘의 세 가지 빛에 응하여 인간세계엔 오복을 갖춘다"라는 뜻의 "응천상지삼광 비인간지오복 應天上之三光 備人間之五福"이라는 글귀를 써넣기도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보통 사람들은 오복을 말할 때

1. 치아가 좋은 것

2. 자손이 많은 것

3. 부부가 해로하는 것

4. 손님을 대접할 만한 재산이 있는 것

5. 명당에 묻히는 것을 말했다고 합니다.

만사만유 만법의 머슴이 되어 보니 대부분 유정 법계 중생들이 평생토록 행복이란 것을 좇아다니다 마는 것 같습니다.

행복이란 좇아다녀서 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이곳에서 행복을 찾고 행복을 누리고 살아야 함에도 비교하고, 분별하고, 나누고, 재단하니 늘 자신은 부족하다고 생각하게 되고 밖으로 행복을 찾아다니다 뒤돌아 보면 어느새 서리 하얗게 내려앉아 있습니다.

며칠 후면 석가탄신일입니다.

삼계의 대도사이신 부처님께서도 색계의 하늘 천당 국토 무색계의 극락세계를 마다하시고 그보다 한참 아래인 욕계의 도솔천에 계시다 우리들에게 오신 큰 뜻을 우리는 잘 새겨야 합니다.

도솔천은 다른 말로 '지족천 之足天'이라 하여 만족을 아는 자들의 하늘나라입니다. 작은 것, 소소한 것, 누구와 비교해서 얻는 만족이 아닌 내 안에 있는 행복에 만족하는 이들이 가는 하늘나라입니다.

우리가 생을 마감할 때 천당에 가려면 도를 닦거나 복을 짓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소소영령히 작은 것, 화려하지 않은 것, 내면의 성정에 만족하는 안분지족의 마음을 낸다면 부처님 계신 도솔천에 무비자로 당당히 입국할 수 있답니다.

어렵고 힘들게 도닦는다고 참선한다고 허리 어깨 아프지 않아도 됩니다. 복 짓는다고 양로원에 고아원에 가서 스마일 안 해도 되십니다. 밖에 있을 행복이라면 안에도 있고 안에서 행복을 만족을 찾게 되면 안팎으로 모든 것이 다 행복 그 자체인 것입니다.

나 자신이 행복 에너지 본체입니다.

나 자신이 행복 에너지 창조자입니다.

마하반야바라밀

나무 행복 보살 마하살 _()_

2018년 5월 18일

 

 

승묵스님 글모음 길라잡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