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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쉼터

부모 맴 멩키로 따순 봄이 왔어요

by 마하연 2023. 1. 10.

오래돼 빛바랜 담장 너머로 더덕 넝쿨 담 넘듯이 그렇게 새순이 올라오고요. 삽짝 거리 넘어 신작로에서도 아지랑이는 어른어른하는 듯 싶더만 어느새 처마 밑 장꽝으로 소리 없이 너울거리네요.

몇 해 전 어느 노보살님께서 ㅌ사에서 노인 복지 사업을 벌여 어르신을 모신다 하여 부푼 꿈을 안고 양산까지 물어물어 갔다오시구 나서 몸져누웠어요. 

웬만한 실버타운은 차지하고서라도 설마하니 그렇게 유명한 절에서 테레비도 나오고 선한 일 마이 하신다는 큰 스님들께서 모여서 큰 뜻을 베푸시는 곳에서 그리 큰돈을 요구하고 할지는 몰랐다. 글고 없는 신도들은 무슨 걸뱅이 취급하며 따로 공간을 멩길어 수용한다는 현실에... 너무나 충격을 받으시곤 차라리 기독교에서 하는 시설들이 백번 낫다시며 탄식하는 걸 보았어요. 

저도 많은 자괴감이 들고 더구나 처자식도 없는 중들이 정부 보조금만으로도 충분히 운영되는 게 현실인데 머에 쓸려고 그리 영리 사업에 매달리는지 원... 

많은 생각 끝에 저라도 원력을 세워 가능하면 상대 열위에 있는 불자들이 맘 편히 노후를 맞고 대비할 수 있는 공간을 창출해 보자...!

사업가가 아닌 구제 중생하는 승려가 필요한 시점이기에... 어차피 이 사회는 복지가 화두로 대두되는 시절로 가고 있고 인류의 생명 연장에 따른 고통을 받아줄 역량이 필요한 시절이기에 미력하나 나라도 힘이 돼보자 원을 세웠습니다. 

그리하여 우선 필요한 공부와 인맥을 쌓으려고 진주산업대학교 지금은 경남 과학기술대학교 사회복지 대학원에 입학을 하였습니다. 뭐든지 옳은 원을 세우고 일여하면 이루어지나 봅니다. 

사실 원서 내놓고 면접 보고 하면서도 붙어도 걱정이었어요. 국립대라도 적잖은 등록금에 또 일주일에 두 번씩 출석해야 하고 하려면 모든 일정에 차질도 오고 리듬이 깨짐으로 오는 불편도 감수해야 하고요.

더욱이 산골짝에서 빠듯한 살림살이에... 고민하고 있는데 울 카페 재벌님께서 선뜻 등록금을 보내 주시고 격려해 주심에 지난 화요일 수요일 오렌테이션과 수업을 받았습니다. 30년 만의 오렌테이션도 의미 있었지만 이십여 년이 훨씬 넘어서 속가의 이름이 불리고 통용됨에 참으로 여러 마음이 교차했습니다.

진즉에 공부도 하고 원력을 세웠으면 지금 현재의 모습은... 하고 새겨봅니다. 이 생엔 난 왜 이리 가난할까? 뭐든지 원대로 쉬이 되지 않고 지난하고 장애가 많을까? 전생에 시님였을 때 시주돈 허투로 쓰고 허장성세한 게... 이리도 큰 업짐이 될 줄 그땐.. 

지금 이 시절에 테레비 나와서 인자한 미소 짓고 법문 하는 시님들 자가용 헬기에 외제차 타고 아파트 몇 채씩 숨겨논 시님들 한 개도 안 부러운데.. 이렇게 꼭 써야 할, 꼭 필요할 때 힘들게 구해지는.. 습업에 등골이 모연해집니다. 

전 지금 아프고 시퍼도 아플 시간이 읍써요. 자시부터 인시까지 절하고 나면 약 한 시간이나 두 시간쯤 눈 붙이고 고양이 세수하고 아침 먹고 뒷산에 명상하러 오릅니다. 

산에 살면서 굳이 산에 가는 미련을 왜 떠는가 싶지만 흩어진 내 마음, 외출한 내 마음자리 가지런히 쟁이고 신도나 내방객에 걸림 없이, 내 있고 싶은 동안 내 마음을 팔 수 있으니... 정해진 등산로가 없어 낫 한 자루에 의지하여 매일 다른 길을 택하여 길을 여는 즐거움도 쏠쏠하구요. 

나머지 시간은 찻방 만드는데 허드렛일에 인자 새봄맞이 밭갈이에 거름도 장만해야 합니다. 하루가 증말 번개같이 지납니다. 화욜 수욜은 오후 여섯시부터 열한 시까지 수업이니 이틀간은 날밤입니다ㅎㅎ 이런 날은 웬 손님들이 이리 오시는지요.. 

요즘은 울 신도들이나 한 번씩 다녀간 횐님들이 "스님, 스님도 상담료를 다른 스님들마냥 기본 오만 원 내지 십만 원으로 정해놓고 받으세요. 요즘 절에서 절을 갈켜도 삼만 원씩 받구요, 삼천배 참가해도 몇만 원씩 받아요. 공짜는 하나도 없어요. 그리 안 하시니까 가난을 못 면하시지요."

테레비 나오는 유명한 스님 법문 중에 옛날에 조립식으로 얼기설기 법당 지어놓고 살 때는 스님 취급도 안 하더니 지금은 번듯하게 절 져놓고 좋은 옷 입고 있으니 큰 스님 대접받는다 그래서 상담료를 받아서 불사에 쓴다는 글을 읽었대요...  웃기죠. 그 스님 죽어봐야 저승을 알고 다음 생에야 이게 아녔구나 하실 게지요...

사실 저도 그러고 싶을 때가 많아요. 순수하게 기도 상담이야 몇 시간이고 하겠지만 지 손자에 사둔 팔촌까지 다 물어보곤 몇천 원 던져놓고 가는 이들도 있으니 말이지요 허허.. 

그러나 아셔야 해요. "중생은 보시를 실천하지 않는 까닭에 악도에 떨어져 윤회의 고통을 받는다. 만약 이러한 진리를 깨달아 진실로 보시하고 하는 행을 갖는다면 그는 영원히 생사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라는 부처님 말씀이 있지요!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이 선행을 하든 악행을 하든 반드시 내게로 돌아오게 되어 있습니다. 적선을 하고 덕을 베풀면 복으로 막행막식 악의 인과를 쌓으면 화나 재앙으로 반드시 돌아옵니다. 

이 시절 특히, 요즘 세상은 원체 빨리 휙휙 지나가는지 옛말처럼 할애비 잘못이 아비나 손자가 받는 시절이 아닙니다. 즉시, 당대 발복이요 당대 발흉입니다. 명심하셔야 해요. 

우리가 인식하든 말든, 공기 씹어먹고 트림을 하든 말든 윗입술하고 아랫입술이 합장을 하든 말든 우주 법계는 움직인다. 별도 돌고 달도 따라 돌고 지 아무리 용빼는 재주 있다 뻐대는 태양도 따라 돈다. 대원의 운동 법칙이요, 머든 무엇이든 떠나면 반드시 돌아온다.

하늘은 높고요, 땅덩어리는 넓디넓어서 이 한 목숨 어디 의탁하고 숨을 곳 있을 것 같지만 빠져나갈 구멍이 읎는게 하늘의 계산법이요 이치다. 이런 이치를 나면서부터 아는 상근기도 있지만 배움으로써 습득하는 중근기도 있음이요, 아무리 갈쳐도 모르는 무지몽매한 이가 대부분이다.

스스로 상근기 중근기라 함부로 나대지 말지어다._()_ 

가르쳐도 모르는 자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특성이 있다. 눈앞에 이익에 급급해 곧 닥칠 재앙의 기미를 몬 알아챈다. 콩 심으모 콩 나고 호박씨 심으모 호박 난다. 개코도 심두 않고 남의 밭을 기웃거린 자의 자손은 똑같은 짓을 반복한다. 

지금 가난하고 나 자신한테 쓸 게 모자른다고 이 다음 돈 벌면 보시하지 뭐! 조금 여유로와지면 여기저기 봉사도 하고... 이런 생각이 이 사람의 앞길을 자꾸 막아섭니다. 

가난을 핑계로 베풂 보시 선행을 하지 않으면 금생에서나 내생에서나 가난의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지금 내게 불필요하거나 관심 밖의 물건일지라도 그 물건이 절절하게 절실하게 필요한 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오직 타인을 배려해서 선을 베풀고자 하는 마음과 조그마한 행이라도 훗날 그 보시행으로 원생이 이뤄집니다.

주역에서도 모든 상 모든 현상 중에 제일 나쁜 것이 있으니 그를 일컬어 인색吝嗇이라 했습니다. 

새봄 새싹이 우리에게 봄이라고 속삭입니다. 이 봄 우리 보시의 싹을 틔워 가꿔봅시다. 

2012년 3월 9일

 

마하반야바라밀 승묵 합장

 

 

승묵스님 글모음 길라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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