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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쉼터

보살님! 마음 쉬어 한 박자 늦춰 갑시다

by 마하연 2023. 1. 10.

봄이 오려나 봐요. 앞마당 늙은 목련나무엔 어린싹이 맹렬한 추위를 보란 듯이 제치고 뽀샤시하게 눈을 치켜올리고 있어요. 화단에도 파란 싹들이 다투어 올라오느라 웅성웅성 아주 아우성입니다(ㅋㅋ진짜여ㅎㅎ). 

어느덧 백일기도 입재한 지도 7주를 향합니다.  거의 반절을 숨 안 쉬고 달려왔어요. 다행히도 불보살님의 가피와 신장님들의 호위로 한분 한분씩 신실한 불재자가 돼갑니다. 대비주 11독 하시던 분들이 어느새 33독 108독 인제 다들 제법입니다. 

수많은 기도 상담 쪽지도 오고 전화도 메일도 오고 하지만 저도 하루 일과를 우리 기도 동참 재자분들 살피는 일로 하루를 여니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각자 근기와 전생력에 의해 오는 마장도 그 기색이 다 다릅니다. 모두들 여기까지 쉼 없이 달려오시느라 수고하심에 경외의 찬사를 드립니다.. 관세음보살 

이 세상엔 극장에 가는 사람과 그 자신이 극장인 사람이 있지요. 물론 관객인 사람도 있겠지요. 지금 상영 중인 대지혜의 극장 불국정토라는 극장에 봄이 오고 있어요.

봄이란 우리말의 보다 란 말에서 왔다는 말이 있어요. 황량 무미건조해진 오탁악세에 찌든 세파에 파릇한 새싹이 돋고 따뜻한 기운이 온다는 게지요.

혹시 語靈 어영이란 말을 들어 보셨는지요. 말의 영혼 즉 말에도 영이 있다고 해요. 우리가 늘 하고 있는 말이지만 우리가 무심코 습관적으로 하는 말이 차가운 기운을 띄면 영혼도 차가워집니다. 따순 말 좋은 말은 모두를 따사롭게 안식으로 이끕니다.

 

잔잔한 미소로 내 마음의 기본 자리를 욕심과 화를 제하여 따뜻함을 자라게 해야 합니다. 내 마음이 따순 자리로 가야만이 우리의 삶도 따순 자리로 가게 됨을 이름입니다.

인체 생리 학자들에 의하면 우리 뇌세포의 98% 가 말의 지배를 받는다 합니다. 우리는 늘 진언 수행을 하는 수행자이기에 봄은 이미 더 가까이 와있음입니다.

우리가 늘 하는 염불 念佛 이란 뭘까요? 

 

염불이란 정의가 한 마디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글자 그대로 지금 일어나는 마음(今 이제 금 心 마음 심, 즉 지금+마음심)이 합해져(念 )이니 지금 일어나는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이 염불입니다. 기도 시에 이런저런 생각이 일어나면 즉시 알아차린다는 뜻입니다.

과거에 자잘한 잡다한 생각에 끄달리고 어떤 땐 화도 치밀어 오르고 욕설도 나오고 누군가가 죽어라 미워하는 증오심도 생기고 원망에 치를 떠는 등 수만 가지 화가 치밀어 오르지요. 그때마다 그 대상을 알아차리고 용서를 빌고 빌어야 업장이 녹여지는 참염불 참기도 참진언이 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집에 주인이 불을 끄고 곤히 자다가 심기가 어수선하던 차에 담을 넘어오는 도둑의 기척을 알아채고 주인이 불을 켜고 인기척을 내면 도둑은 즉시 달아나겠지요. 

이렇듯이 우리가 기도시에 오는 번뇌를 도둑이라 비유합니다.  그러기에 이 도둑을 알아차리는 공부가 염불이요 진언수행이요.. 

지금 이 순간, 생각이 일어나고 문풍지에 황소바람 일듯 파고드는 번뇌 마장을 그 자리에서 단박에 알아차리는 것이 어렵지만 달리 첩경이 있는 게 아닙니다. 

그저 지금 이 순간 매 찰나를 열심히 자기 위치를 지키는 것이 싸띠(깨어있음)이지요. 깨달음은 정진하는 도중에 인연이 있으면 찾아오게 되어 있어요.

혹여 깨달음의 기차에 오르셨다 해도 환상을 갖지 않는 게 중요해요. 그저 앞으로 나아감을 묵묵히 사띠 할 때 체험으로 오는 것이 공부와 수행입니다. 바로 지금 여기에서 늘 마주하고 있는 나를 대변하고 있는 이에게 충실하면 되는 게지요.

지금 내 마음이 어떤 번뇌 마장에 빠져 있는가 살펴서 모든 허망에서 탈피하여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이 부처로 향하게 하여야 합니다. 하루라도 마음이 맑고 편하다면 그 하루는 신선이 된 것이라는 말이 있어요. 

그렇다면 이 좋은 신선 세계가 왜 지속되지 못하고 자꾸만 아부지 따라 장에 갈까요? 그것은 단언하건대 누대에 걸친 습기의 방해와 적선 공덕이 없기 때문입니다. 

죽고 사는 것은 운명에 정해져 있고 부하고 귀한 것은 하늘에 달려 있고, 가장 중요한 목숨도 인간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하늘에서 정해 주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숙명이라고 한다 쳐도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기도 공덕으로 업장을 소멸하고, 늘 용서를 비는 마음으로 남에게 베푸는 보시행 하는 것, 즉 적선 밖엔 없습니다. 

사람의 몸은 세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세포는 한 달 주기로 새로운 세포로 바뀐다 합니다. 그러기에 새로운 인간으로 바뀌는데 최소한 한 달이 걸리고 세 번 정도 변했을 때 완전히 바뀌게 된다 하네요. 

흔히 의사들이 석 달 후에 경과를 봅시다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답니다. 그러니까 석달 전에 나와 석달 후에 나는 생물학적으로 다른 세포를 가진 전혀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지요.

우리 선대엔 의학적 생물학적 상식이 지금과 같진 않았어도 이런 진리를 알기에 우리도 예전부터 백일기도를 정하고 기도해 내려왔었던 것이지요. 

어느 영국의 학자분의 실험에 의하면 행동을 습관화하는 데는 약 두 달 66일 정도 걸린답니다. 누구나 같은 일을 같은 시간에 습을 들일 경우 말입니다. 그러면 우리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인지를 한다 합니다. 

이 행동 습관을 제어하는 세포라는 창고엔 엔돌핀이 가득 들어있답니다. 이 창고에 가득 쌓아둔 엔돌핀을 꺼내는 작업이 진언 염불 참선 명상 등 수행입니다. 

이제 우리는 약 절반쯤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자칫 욕심이 앞서 너무 멀리 보시거나 왜 여태껏 아무런 징조도 기미도 없나 왜 아직도.. 이러시면 안 됩니다. 

지금 기도에 좀 탄력이 붙고 신심이 난다 하여 스님과 상의 없이 기도 시간을 늘리고 횟수를 늘리지 마시길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생경심에 잠깐 전도되면 뒤죽박죽 엉켜서 자칫 도로아미타불 될 수 있습니다.

지금 하시는 대로 일상처럼 하시면 돼요. 그대로 그렇게 말입니다. 

농부가 제 논에 물 대는 데 삼일 걸렸으면 빼는 데 삼일이 걸려야지 욕심에 마뚝에 여러 군데 물꼬 터놓고 물 빼면 그 안에 애써 키워 논 나락마저 다 쓸려 나가겠지요. 지금 내 마음을 급히 먹고 애써 멀 찾으려 하면 오히려 허망에 휘둘림을 경계해야 합니다.

지금이 가장 중요한 때입니다. 지금이 내 마음의 본래 부처를 만날 수 있는 때입니다. 바로 여러분이 한결같은 맘으로 기대하고 있던 봄이 오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 봄은 우리의 염원으로 잉태되고 싹이 트고 있으니 남은 두 달 그대로 그렇게 함께 가 보십시다. 

묵묵히 있는 듯 없는 듯 봄에 봄비에 새싹 돋아 쭉쭉 뻗는 죽순도 차디찬 얼음장 같은 땅속에서 4~5 년을 견뎌내어야 올라온답니다. 역시나 혹독한 겨울을 이겨낸 보리밭에 더 풍성한 수확이 자라나는 법입니다.

우리 올봄엔 내 마음에 따스한 자리 하나쯤 마련해 봅시다. 

2012년 2월 11일

관세음보살 승묵 합장

 

승묵스님 글모음 길라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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