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싸늘한 기운이 무릎을 에워쌉니다. 오늘 아침엔 첨으로 석유난로를 켜고 기도를 했습니다.
스님 혼자 사세요.. 스님 무섭지 않으세요.. 스님 밥은 혼자 해서 드시나요.. 대부분 처음 오시는 분들이 하시는 질문입니다. 딴엔 걱정이란 복선을 깔고 질문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시다.
어찌 오셨나요... 네 이러저러해서... 조금 맘이 풀리고 이무러워지면 대부분이 하시는 말씀이... 시님 너무.. 여빈네요.. (경상도 말로 너무 말랐다는 뜻인 걸 나 ~ 중에야 알았다) 아니모 시님 고향이 저짝이지요 (여기선 경상도 말 외엔 다 전라도 말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는 듯..)
난 어려서부터 이상하리 만치 비린 걸 입에 대지 못했다. 심지어 콩나물이나 고사리나물도 비린내가 나서 못 먹고 김도 먹지 못할 정도였다.
어릴 적 내 고향 충청도에선 꽤 산다는 집에선 김장할 때 남보란 듯이 새우젓을 넣어 김장을 했는데 (당시는 대부분 가정에선 언감생심이었다.... 그러니까 일종의 과시였던 것 같다). 난 그 김치를 먹지 않는 통에 울엄니와 할머니 속을 무척 태우다 급기야는 내가 먹을 김치를 따로 담그셨다.
날이 춥고 속이 허하니 옛 생각에...
시님 이렇게 공기 좋은 곳에 사시니 먼걱정인교 ... 좋은 공기 마시고 몸에 나쁜 것은 드시지도 않고 기도하시고 사시는데 요즘 스님들은 뒤룩뒤룩 살찐 스님 아니모 와 비실비실 에빈(역시 말랐단 뜻임) 시님들 뿐인교 ... 어떤 보살님이 화두를 주신다...
사람은 필요한 만큼 만이라도 어느 정도의 영양분을 공급해 줘야 적당히 살도 오르고 에너지도 생기게 되어있는 듯하지만 산에 사는 사람들이 먹거라라는 게 다 아시다시피 그 밥에 그 나물입니다.
어떤 이들은 채소 예찬을 하시지만 이 채소라는 것은 대부분이 차가운 성질의 기운을 띠고 있습니다. 오행상으로도 파란색은 청량함 서늘한 금기를 뜻하고 있지요. 뭐든지 과유불급이라고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면.. 균형은 조금 멀어지겠지요.
더욱이 만물이 고요히 잠을 자면서 에너지를 축적해야 될 시간인 꼭두새벽 서너 시면 일어나서 하루를 열고 사는 사람들인지라 찬 기운은 온몸으로 다 받아들이게 되어 있지요.
오온으로 구성되어 있는 몸은 어느 한쪽 기운이 지나치면 균형을 잃게 됩니다. 큰 병은 아니라도 늘 잔병치레를 하고 푸석푸석한 모습을 하게 되는 듯합니다.

행자를 갓 마치고 사미일 때 은사 스님과 서울 나들이할 때입니다.
동선동 보살님 댁에서 송이버섯을 거나하게 대접받고, 모처럼 몸보신 잘했다 하며 성신여대 앞 태극당을 지나가다가 어느 식당에서 나오는 갈비 굽는 냄새와 비린내에 못 견디고 다 반납(?) 하고 괴로워하고 있는데, 은사 스님께서 등을 두드리시면서 하시는 말씀
"도일아 (당시 법명), 너도 공부가 어느 정도 되고 숙업이 씻기면 초연해질 날이 올 게다. 공부란 파도 타듯이 밀려오기도 하고 잠잠하기도 하고 가라앉기도 하지. 너도 그때가 올 거여."
이십 년이 지나 이젠 좀 알 듯도 싶습니다.
몇 년 전 쯔쯔가무시에 걸려 죽다 살아난 이후로는 몸뚱어리 성해야 도도 닦고 활인 중생도 하지 란 생각으로 젓갈도 입에 대고 소고기 들었다고 입에 안 대던 라면도 먹고 몸이 너무 안 좋을 땐...
이제서야 스승님 말씀이 들어옵니다.
이 산 저 산 찾아다니면서 기도할 땐 39, 40 킬로 나갈 때도 있었어요. 그땐 사람들이 제 눈을 무섭다고 쳐다보지도 못했지요. 근처에 오기도 겁나하고요.
춥고 배고파야 공부된다는 말이 있듯이, 그때 내 평생 써먹을 공부는 다 한 것 같지만 늘 남의 절에 찾아다니는 입장인지라 한겨울에도 난방은커녕 모포조차 제대로 없이 죽어라 기도만 하는 통에 내 몸을 돌보지 못해 온몸에 한기로 인한 얼음이 꽉 들어차 지금도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날만 조금 추우면 콧물이 줄줄 새고 뼈마디에선 찬바람이 숭숭 새고 운신을 제대로 못합니다. 테레비에 나오시는 유명한 스님 한 분은 한 여름에 나오실 때도 두툼한 목티를 입고 나오시는 걸 보셨을 겝니다.
요즘 전 신도님들이 예빗다 걱정하시는 것도 저의 불찰이라 여겨 보기에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살집을 만들려고 노력 중입니다... 하루 세끼 거르지 않으려 노력하고요. 빵이며 컵라면 과자 등 있는 대로 다 ~~!
제가 이렇게 긴 얘기를 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지금 기도를 하고 계시고 또 기도를 작정하시는 분들께 당부하고자 함입니다.
우리 몸은 체온 유지를 잘해주셔야 합니다. 특히 동절기 기도 시엔 아끼지 마시고 따뜻한 난방으로 실내공기를 조절하십시오. 특히 몸에 습기가 올라오지 않도록 좌복(방석) 선택도 잘하시고요. 난방이 안 된 법당에 새벽 기도 가실 땐 얇은 옷 여러 겹 껴입으시고 장갑도 꼭 하세요.
또한 밝은 기운이 우리 몸에 깃들게 불을 환히 밝히십시오. 초를 켜고 하실 땐 환기에 주의하시고요. 특히나 요즘 나오는 향은 국내외산을 막론하고 거의 대부분 화학약품 처리된 제품이니 가능한 켜지 마십시오. 지금도 부전 스님(기도 스님)들 중엔 향 때문에 기관지병을 앓는 분들이 많습니다.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기도하기 참 좋은 계절입니다.
관세음보살 승묵 합장
2011년 10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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