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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쉼터

좋은 스님 만나는 운이 왜 나에겐 없을까요?

by 마하연 2023. 1. 6.

1) 덜 때묻은 스님 찾아 천도재 하라 하셨는데 어려우시지만 그런 스님 계신 곳을 인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 스님 글 속에 반조를 해서 자신을 관해 스스로 자신이 우선 천도가 되면 된다 하시고... 그러니 중생들 힘에 맞게 천도를 하라는 건지?

3) 보시만 해도 된다는 건지?? 관해서 자신을 천도하라는 건지 몽매한 중생은 잘 모르겠으니 이거 아니면 저거 한 가지로 인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상 울 카페 회원 영산님께서 올린 질문입니다. 전 나름대로 쉽게 풀어서 설명드린다고 드렸는데 졸필에 두서없음을 혜량하시길 바랍니다.

누구나 어떤 절에 가던지 항상 듣고 귀에 익은 말이 천도라는 말입니다. 심지어 어떤 절엔 일 년 내내 조상 천도재가 올려지는 곳도 있고 요즘엔 수자령이라 해서 낙태아 전문 천도 사찰까지 성행하고 있습니다. 

어찌 됐든 우리 민족 자체가 반만년을 효 사상을 강조하는 민족의 씨내림이니... 선망 조상 팔고 심지어 후망 조상을 팔아 득재하기는 땅 짚고 헤엄치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승려든 도인이든 청정하기가 얼마나 어려우면 화엄경에 이르기를 (제가 개인적으로 이런 표현을 하는 게 어쭙잖습니다만...) '장바닥에 먼지를 뒤집어쓰되 탐욕에는 결코 물들지 않을 것, 이것이 중생의 삶을 이롭게 하는 항상 된 진리의 길이다' 라고 하셨을까요? 여기서 중생의 삶을 이롭게 하는데 항상 된 진리를 펴는 스님이 때묻지 않은 스님이겠지요.

전에 설하였지만 천도는 하늘天 길道 가 아닌 천거할 천薦에 법도 도度 자입니다. 이는 역설하면 큰 관광지 사찰이나 천도 전문 재받이 스님들이 말하는 천도하면 조상이 해탈하여 자손이 어려운 일이 다 술술 풀리니... 라고 하는 스님들을 경계하심이 마땅하리라는 말씀입니다.

저런 스님들 말대로 라면 천도해서 못 살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심지어는 합동 천도재의 공덕을 과포장해서 중생들을 미혹하니 이런 곳을 경계하시란 고언입니다...

천도란 문헌에서 살피면 '영가가 멸후 49일이 지나면 생전에 지은 업에 따라서 여섯 갈래의 윤회의 세계 가운데 생을 받게 되는데 이 49일 동안에 유가족이 영가를 위해 공덕을 지으면 영가가 나쁜 곳에 떨어지지 않고 좋은 곳에 이르게 된다...' 이렇게 좋은 곳에 잘 건너도록 인도해 주는 것을 천도 薦度 라 하고 있습니다.

사후 세계에도 우리 인간 세계와 같이 유치부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대학 대학원 등 현상 세계가 존재합니다. 사법부 3심 제도 같구요. 

우리들이 어릴 적 전설의 고향 이란 프로를 더듬어 보면 ... 안개 핀 강나루를 뱃사공이 이끄는 배를 타고 노란 유채꽃밭을 지나 열두 대문 지나고... 염라대왕 전에 엎드려 생전에 지은 죄를 낱낱이 밝혀 공과에 따라 극락으로 지옥으로 이리저리로 배속되어 가는 과정을 본 기억들이 있으실 겁니다.

그렇듯이 영계에도 제도권에 들어 과정 과정을 겪어야만 업장을 녹이고 또 복덕을 닦아 상품상생의 길로 가야 되는 것인데 대부분의 영가들은 이러한 기회를 얻지 못한 연고로 중음신 상태로 머물기에 자손들에게 천도해 줄 것을 의탁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49재나 천도재를 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업력 많은 중생들로 이루어진 영가가 단 한 번 천도재에 상품상생할 리는 만무할 일이거니와 더군다나 뱃살이 기름기에 절어 반들반들한 직업승들이 기도 공력 없이 립싱크 가수처럼 흉내만 내는 염불로 먼 천도가 될는지요.

 

물론 선근 공덕이 상당한 영가는 천도재나, 미사,굿 등이 없어도 바로 인도환생하거나 성문 연각까지도 가능하다 합니다. 한마디로 학부과정 없이 바로 박사 과정에 특채되는 셈이지요...

그러나 대부분의 영가는 유치원도 못 가고 구천을 떠도는 중음신으로 있는 게 현실입니다. 사람 하나에 중음신이 여덟 명 정도나 된다니 얼마나 많은 영가가 안타까이 있는 걸까요.

이러한 선망 조상을 위해 천도하는 방법은 다양하겠지요. 앞서도 말씀드린 대로 이타행 보시야말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것이고요 진언 수행도 이를 나위 없겠지요.

사람도 천층만별이듯 선망 조상 들의 업력도 그런 고로 보시만으로도 제도되는 인연이 있고 칭명염불로 인연 제도되는 근기도 있게 마련입니다. 어떤 방법으로든 무쏘의 뿔처럼 우직하게 나아가다 보면 나와 내 조상과 가슴과 가슴으로 감응이 되게 되고 나아가 반조가 되어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가는 것이고 고등학교에서 대학 가는 것으로 이해해 주시는 게 맞습니다.

강조하건대 해탈이나 성불이 되는 게 아니란 말씀입니다. 어느 정도로 인도가 되면 나머지 공부는 해당 영가의 몫입니다. 공부 열심히 해서 자손들을 도와주실 수 있는 그런 영가 분들이 많지 않은 이유입니다.

제가 승려가 되어 일 년에 두 번씩 십몇 년을 돌아가신 저의 선친을 천도하다 보니 체득한 체험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저도 대부분의 보통 스님들처럼 처음엔 신중단엔 하찮은 신중이라고 큰절도 안 했었고요. 더욱이 산신각엔 가지도 않았었고요. 더욱이 출가사문이 웬 조상이냐며 생무시를 하곤 했지만 십수 년을 만행으로 운수행각을 하고 중 나이가 먹다 보니 익어지고 숙어지니 사람 보는 눈도 열리고 전생 인과법도 관조가 되는 공부를 하게 되었지요.

각설하고요 질문하신 대로 수행이나 보시나 다 천도의 길임엔 틀림없으나 다만 우리의 가진 힘에 부치거나 업력이 너무 험한 선망 조상이 있어서 제도가 쉽지 않을 때 스님께 천도재를 부탁하는 게 맞는 순서이겠지요.

올바른 스님을 만난다는 것은 자신이 공부가 되어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이 인과법입니다. 좋은 부처님 좋은 스님 만나는 운이 왜 나에겐 없을까요? 운 運이란 한자를 풀어보면 군인(軍)이 착착착 행군을 함을 뜻합니다. 군인들처럼 운명이란 명을 받고 묵묵히 정진(기도)할 때 비로소 온다는 뜻입니다. 이 운이라는 놈은 쏜살같이 왔다가 벼락같이 달아나기에 늘 대비하여야 잡아탈 수 있는 것입니다.

백천만 겁에 만나기 어렵다는 부처님 법을 받들고 있는 우리들은 이 기회를 잘 잡아야겠지요. 늘 자신의 근기와 상황에 맞는 공부를 오매일여로 하시다 보면 시절 인연의 이끌림으로 좋은 인연이 함께 하시게 됩니다.

2011년 10월 4일 

관세음보살 승묵 합장

 

승묵스님 글모음 길라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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