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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쉼터

어떤 마음에 전도되어 있기에 기도가 잘 되고 안 되는가 Ⅰ

by 마하연 2023. 1. 2.

무언가 잡아질 듯한 그리고 아련한 아니 막연하다시피 한 한 소식을 향해 먹물행자가 된 지도 이십 년이 훌쩍.... 사람 사는 세상이든 사문의 세계든 인복이 있어야 함은 자명한 일인 듯싶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사미계를 받고 제법 큰 문중에 입적도 하고 강원에서 수학하던 중 이 먼 일고... 아버지 (은사 스님)의 열반으로 인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 현실적인 경제난과 오갈 데 없는 처지에 '에라 기왕 이리된 거 팔도 만행이나 하며 도나 닦아보자' 란 마음으로 산천을 주유하게....

 

이 절 저절 떠돌며 부전(월급 받고 예불 올리고 재를 집전하는 스님)으로 호구지책을 하게 됩니다. 말이 부전 스님이지 한마디로 상머슴입니다. 허드렛일은 물론 주지스님은 하찮은 떠돌이 중이라고 겸상도 안 합니다. 공양주 보살도 부전은 스님 취급은 물론 머슴 부리듯 하지요. 신도들도 머가 그리 위세가 등등한지 아랫것 대하듯 하는 건 예삿일입니다.

 

시쳇말로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고 애비없는 설움도 이 바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조합장을 지내신 부유한 집의 장남으로 태어나 서울로 대학 유학까지 마친 저로선 처음 해보는 설움이었지요. 

 

흔히들 부전 구하는 절들은 대개 무속인들이 운영하는 간판만 조계종인 절들이 많거나, 터가 너무 드세 부전 스님들이나 공양주 보살이 버티지 못해 살기등등한 절이거나, 아니면 테레비에 나와 잘난 척하고 뻗대는 욕심 많은 사업가 스님들인지라, 성격들 또한 조변석개하는 이들이 많아 뒤돌아보면 마음자리 공부엔 꽤나 효과가 있었던 듯합니다.

 

말이 십 년이라 하지만 쉬운 세월 공부가 절대 아닙니다. 

 

불초 이래저래 십오 년을 헤매다 보니 은연중에 사람 보는 눈이 열리고 대학시절 몇 날 밤을 씨름해도 풀리지 않던 주역 공부가 쉬이 되고 한동석 선생님의 '우주 변화의 비밀'이란 책이 저절로 펼쳐지더이다.

 

만행을 하는 동안 무슨 일이 있어도 참회진언 진언 기도와 관세음보살 정근을 놓지 않았기에 부처님께서 신통 묘용을 주셨지 않나 싶습니다.

 

옴 살바 못 자 모지 사다야 사바하 _()_

 

누군가 "저기 저 집 비어있고 자기 형님네 집인데 스님 더 이상 댕기시지 마시고 그냥 사세요" 하기에 운수 행각에 지친 몸뚱아릴 내려놓았습니다.

 

겨우 풍찬노숙을 면한지라 살자 하니 냄비라도 숟가락이라도 있어야겠기에... 새벽 5시 첫 버스를 타고 합동 주차장에 가서 그냥 있는 돈대로 행선지를 정해 무작정 버스에 오릅니다.

 

하동군 옥종이라는 데 내려 마음을 다 잡아 봅니다. 막상 탁발을 하고자 하니 말이 탁발이지... 꽃집 문을 열고 들어서니 주인 아지매가 삐꼼 쳐다보는데 도저히 입이 안 벌어져 머뭇거리다... 에휴

 

다시 마음 다 잡고 미용실 문을 열어보니 수많은 눈동자들이 제게 몰리는데 여기선 물러나면 죽도 밥도 아니다 싶어 눈을 질끈 감고 마하반야 바라밀다..... 가슴은 두방망이질에 정신이 혼미해 어찌 끝낸 지도 모르는데 돈 천 원이 제 손에 쥐어져 있더군요 ㅎㅎ

 

머든 처음이 힘들다지요... 어느덧 시장 가를 한 바퀴 돌고... 수많은 사연들과 섞이고 위로도 받고 위안도 주고 이렇게 탁발 수행을 하면서 조금 모이면 벽지도 사고 냄비도 사고 가스렌지도 장만하고... 이렁 저렁하다 보니 마을 이장님이 안쓰러웠던지 지붕개량을 알선해 주고 전기도 살려주어 제법 살만해...

 

조금 안정이 되자 '그래도 중인 게 만행보다는 기도를 해야지' 하는 본분에 맞게 살고자 '처처불불이요 수지심시 신통장이요 수지신시 광명당'이란 마음으로 한 자짜리 관세음보살님 상을 모셔놓고 조석예불도 올리고 진언 수행에 더 진력을 하게 됩니다.... 인자 중 같지요 ㅎㅎ

 

옛말에 산꼭대기에 있어도 목탁만 끊이지 않으면 제석천께서 다 입히고 멕인단 말이 있드만 정말 그러하더군요....

 

 

2011년 9월 14일 

승묵 합장

 

 

승묵스님 글모음 길라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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