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위에 바늘을 세울 정도의 시절 인연이 있어야 부처님 은혜를 입을 수 있다 합니다.
버스가 하루 서너 번 오가는 까막산 밑에 오두막에 자리 잡고 그래도 조석으로 지성 기도를 하노라니... 인연들이 찾아들게 됩니다.
처음엔 멀찌감치서 지켜보던 촌로들이 하나씩 말도 걸어오고요 - 주로 묻는 게 왜 젊은 사람이 혼자 사느냐? 아직도 시골엔 처자식 있는 보살승(대처승 ) 들이 주로 많이 있는 까닭입니다... 뭐 외롭지 않으냐 등등...
라면 담는 까만 봉투에 쌀 한 움큼씩 가져다 주곤 된장이며 간장이며 등속도 놓고 가시고 철철이 푸성귀도 떨어지지 않는 시골 인심입니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시골 촌락이고 집성촌인 데다가 단결도 잘 되는, 전원일기에 등장할 법한 마을입니다.
어느 날 구순이 다 되신 할매가 다리를 질질 끌며 쌀 한되박과 꼬깃한 지폐 몇 장을 내려놓고선 자기 아들네 며느리, 손주 등을 물어오시더군요. 저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목탁치고 염불 하는 불목하니라 설득해서 돌려보냈습니다. 그 후로도 절 마주칠 적마다 스님이 그런 걸 모르시는 분이 어디 있냐며 땡깡(?)을 노시곤 하셨지요...ㅎㅎ
몇 해 전 비가 억수로 내리던 날, 밤도 야심한 시각에 누군가 다급히 절 찾으시길래 나가 보니 예의 그 할매였습니다. 저를 보자마자 어찌나 서럽게 우시던지요.
하시는 말씀이 "내가 구십을 살았는데 당신이 땡중인지 돌팔인지 영험한 시님인 줄 모를 줄 아느냐, 옛날 시님들은 지나가다 물 한 모금만 드시더라도 앞날을 갈키주고 처방도 해 줬는데 시님은 어찌 그리 모질게 사느냐, 조계종 시님은 종자가 다르냐 뭐가 중생구제냐" 며 절 몰아세우시는데...
저도 순간 뇌성벽력이 뇌수를 비집고 옴을 느낍니다. 해서 "그럼 보살님 조건이 있습니다. 제가 아는 데까지 집어줄 텡께 이 일은 보살과 저만 아는 일로 해야 합니다."
몇 번이고 다짐을 받고 그 집안의 꼬이게 된 내력과 해결책을 제시하고는 기쁜 마음으로.... 그런데 역시나입니다. 며칠이 안 되어 동네 아낙들은 물론 여기저기서 그야말로 구름같이 몰려드는 사람들 땜시 ...
어찌나 찾아들 오시는지 제 공부할 틈이 없어 새벽 첫차로 도망을 쳐도 소용없고 하기에 '그래 기왕 이리된 거 중생구제가 별거더냐, 부처님께선 점보고 부적 쓰고 지압하는 등의 행위를 경계하라 하셨지만 을매나 갑갑하면 이 산골까지 찾아들 오건냐, 철학관 가려면 부담이 돼서 못 가는 멘땅 중생들 활인하는 셈 치고 절대 시주 요구하지 말고 성심성의껏 살펴주고 희망과 용기를 주는 게 도리 아니겠는가 ...'
그런데 사람들 상담하는 게 보통 고된 일이 아닙니다. 때론 선의의 거짓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언젠가 말기 암 환자가 오셔서 할 일 다 하고 정리하고자 하니 남은 명을 솔직히 이야기해 달라 간청하기에 내 아는 대로 길어야 석 달입니다 했더니 이 양반 보름을 못 넘기시더군요. 아무리 죽음을 앞두고 초월한 각자였더라도 제 말에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요... 제가 아직 멀었습니다 했다면 더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요... 순간의 구업에 한 분의....
이 또한 우매한 불초를 공부시키시려는 부처님의 방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 와중에도 저는 진언 수행을 놓지 않고... 밖에는 외출 중 팻말을 세워놓고 참회와 속죄 그동안 속인들과 섞임으로 혼탁해진 자성을 일깨우고자 삼천배 108일 정진을 돌입합니다. 처음엔 하루를 거의 채우던 초침들이 한 주 한 주 감에 열 시간으로 줄고 나중엔 네 시간까지도 가능해지는 묘용이 생깁디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나무 관세음보살

백팔일 기도를 성만 하고 나니 여러 보살님들이 십시일반 갹출해서 좀 더 넓고 시내 가까운 곳으로 가자며... 인연 참 묘하고 기도 원력은 참으로 대단하지요.
환희심으로 환희로운 마음으로 기도 성만 하니 그만큼 과보가 지워지는 게 훤히 보이는 게 기도입니다.
사람 사는 세상을 종합 병원으로 친다면 스님은 한마다로 병원장이 아닙니다. 의사도 아닙니다. 다만 원무과 접수창구의 직원일 뿐입니다.
어떠한 병(고민)을 앓는 환자 (중생) 있어 병원 찾는다 친다면.... 다 그렇진 않지만 요즘 우리 절들 아니 스님들을 보면 참 유구무언입니다. 각기 다른 병(고민)과 업장을 가지고 선지식을 찾건만 똑같은 처방만 합니다.
요즘은 법화경이 득세하는 때인가 봅니다. 여기저기서 법화경 사경 법화경 기도한다고 난리들입니다. 보통 천일기도 들먹입니다. (절로서는 3년이 보장되니 얼마나 짭짤한 보험입니까?)
아시겠지만 경이란 게 모두 시절에 맞는 방편 설법입니다. 천수경을 보면 그 공덕이 이루 헤아릴 수도 없고 미타경, 금강경, 제경들이 한마디로 만병통치입니다. 심지어는 몇 번만 읽어도 만조상이 해탈한다고까지 나옵니다. 물론 근기에 따른 방편법임을 살펴야 합니다.
스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는 신도분이 어떤 경을 어떻게 공부를 하고 아니면 어떤 진언을 어떤 방법으로 그 환자의 몸에 이식을 해서 새싹을 돋아야 하는지를 갈켜 줄 지도할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에 원무과 직원으로서 관세음보살과 지장 보살과 약사여래과 등으로 배속을 잘해드려야 하겠지요.
우린 흔히들야 어느 절에서 어떤 백일기도를 했는데 워떻더라 ... 왜 어떤 사람은 기도 시쳇말로 기도빨 받고 누군 영 별로일까요?
한마디로 우루루 몰려가서 병원 건물만 보고 정형외과 갈 환자가 산부인과 간 격이니 뭐가 된들 되겠습니까? 크고 웅장한 절에 가야 큰 부처님이 계시나요? 으리까리한 관광지 절에 가야 기도빨 받나요? 테레비 나와서 근엄한 표정으로 알량한 법문 해대는 탈렌트스님(?)이 운영하는 사찰에 가야 위신이 서시나요?
이 모두가 나의 업보를 넘어 과보로 다가오기에 그런 겁니다. 시끄럽고 복잡한 마음을 궁궐 같은 절에 가서 씻느니 그냥 계곡에 가서 내려놓는 게 현명한 처방일 겁니다.
시주님네 아무것도 가진 것도 없고 가질 것도 없는 무한의 세계로 가자면 기왕이면 아니 같은 값이면 한국은행 돈 부처님한테서 멀찍이 떨어진 병원에 가 치료를 받으시기 권합니다.
우린 '나라는 상', '내 위치라는 자존심' 때문에 병원만 보고 참된 의사는 찾지도 못합니다. 못된 생각 상념에 얽매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생각 바른 생각에 의해 상념을 중화시키지 않으면 장래의 어느 날엔 반드시 과보로 오게 됩니다.
우리가 기도 정진하기 전에는 죄짓는 일밖에 하지 않았습니다... 누구나! 죽을 일은 앞장서 하고 참된 일은 알면서도 비껴갔습니다... 누구나요! 내 자성인 내 마음을 몰라보고 마음을 등지고 사는 것이 고통과 죄를 짓는 근원입니다.
기도란 꾸준해야 합니다. 한 열흘 했다고 만족되는 게 아닙니다. 더욱이 자기 몸에 맞는 자기 근기에 맞는 기도를 해야 합니다. 살불 살조 하는 마음으로 해야 합니다. 피치 못해 술에 만취되더라도 꿈속에서라도 오매불망 중얼중얼 간절함이 있어야 합니다.
기도는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내 마음의 힘이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선지식을 찾아 각자에 맞는 기도법을 받아 보십시오.
야차떼 마냥 어디 유명한 스님 있다더라 어디 가면 기도빨 잘 받는 절 있다더라, 잘 생기고 염불 잘하는 스님 있다더라....
우르르 몰려댕기며 과보를 짓지 마시고 내 마음에 법당을 마련하시길 부처님 전 빌고 또 빌어봅니다.
2011년 9월 15일
나무 관세음보살 승묵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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