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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쉼터

기도와 울력(運力) Ⅱ

by 마하연 2023. 1. 1.

기도란 무엇일까? 늘 하는 의문입니다.

 

어떤 이는 참선수행, 어떤 이는 염불수행, 혹자는 절 수행, 혹자는 주력기도, 요즘에는 법화경 사경 기도가 유행인 듯 봇물을 탑니다.

 

불초도 이십여 성상 동안 참선도, 사경도 해 보았고 삼천 배 백팔일 정진도 했더랬습니다. 어느 하나 구별됨 없이 다 성스럽고 가슴 저변을 환희로 채워주지 않는 기도는 없었던 거 같습니다.

 

천일기도를 잡아놓고 강원도 매화산 골짜기에서 정진할 즈음에 있던 일입니다.

 

잇몸이 붓다 못해 고름이 나고 피가 흐르는 데도 산을 내려가 치과에 갔다 오는 동안 기도가 끊일까 봐 두려워 아니 그동안 일 년이란 세월을 공들인 기도가 어찌 될까 (속으로는 기도 중에 한 소식이 언제 올지 모르는데...)

 

소태 나뭇가지를 삶아 조약으로 버티며 무조건 기도에 매달렸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멀 얻었냐고요 어떤 기도 성취를 얻었을까요.ㅋㅋ 남의 이(보조 이)와 골병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연했던 거 같습니다.

 

기도한답시고 속으로는 부처님에게 남들에게 없는 능력, 즉 신통력이나 혜안 내지는 어떠한 것을 달라고 욕심을 부리는데 지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스님네 중에서도 무지막지한 수행으로 불구가 되기도 하도 한여름에도 두꺼운 목티를 입고 있는 분들도 계십니다. 다 욕심을 여의지 못해서일 겁니다.

 

요즘은 진언 기도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신비한 주문이며 진언인 다라니는 인간의 언어를 초월했기에 뜻을 다 알 수는 없겠지요. 그러니 마음을 비우고 그저 간절한 마음으로 다라니를 독송하면 참화와 감사, 지혜, 용맹, 정진, 용서와 자비, 축원, 미래로의 희망 등 여러 가지 보배들이 드러나게 됩니다.

 

 

모든 기도에서 의심은 들게 마련입니다. 이 기도로 멀 얻을라고 이 귀한 시간에 이렇게 고행을 하고 있을까? 스님이 주신 이번 기도 끝내면 머가 이뤄질까?

 

그렇습니다. 기도란 모든 것을 이뤄주는 내 마음의 힘입니다. 하지만 진실함 간절함이 전제조건인 것입니다. 보편타당한 간절함이겠지요.

 

늘 번뇌에 끄달리는 중생들이 진언에 주력하면 번뇌의 불을 빨리 끌 수 있도록 이끄는 힘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마음을 비우고 그저 간절한 마음으로 다라니를 외우면 그 마음자리가 환하게 드러나게 됩니다.

 

心心 難可 尋心 마음 마음 하지만 참으로 마음자리 찾기란 쉽지 않구나! 없는 마음자리 찾는다고 헤매다 보면 이매망량이 먼저 찾아들게 됩니다.

 

우리네 몸은 심신이 둘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그런 고로 기도 정진할 땐 늘 몸이란 놈을 너무 흐트러지게 해 주면 안 됩니다. 그 좋은 방편 중 하나의 수행법이 운력입니다.

 

원래는 움직일 運자 써서 운력인데 흔히들 울력이라 하지요. 정신 수행으로 몸이 탑새기를 부릴 즘이면 말 그대로 운을 불러들이는 의미로도 운력을 하는 것도 한 방편입니다.

 

운력을 하다 보면 고정된 자세로 기도수행하느라 굳어진 몸도 바르게 하고 또한 "도량 청정 무하예 삼보천룡 강차지 : 도량이 티끌 하나 없이 청정하니 삼보 천룡이 함께 하시도다" 도 되니 이 어찌 이보다 더 좋은 수행이 있으리오.

 

늘 심신이 깨어 있게 경계하고 바루는 게 기도 아닐까 하는 마음에 우리절 수덕사 신도님들 모두 기도 정진자 되라는 바람에 두서없이 한 자 올립니다.

 

 

2011년 9월 6일 

관세음보살 승묵 합장

 

 

승묵스님 글모음 길라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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