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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쉼터

봄이 왔습니까? 그러나 저는 봄을 볼 수 없습니다!

by 마하연 2023. 1. 11.

삶이 쉼 없이 시간을 재촉합니다. 빨리 가야햐 ! 서둘러야 햐 ! 시간이 얼매나 아까운 줄 모르는겨! 이미 해는 서산에 저물고 달은 빼꼼히 고개를 내밉니다.

 

내 청춘 한 세상 천년만년 요지부동일 줄 알았는데 어느새 귀밑머리 허연 새벽입니다. 마음자리 무거우면 몸이 쉬이 늙는가 봅니다. 값비싼 프랑스제 화장품으로 떡칠을 해도 마음자리까지 화장을 하진 못해요. 엄한 부처 찾는다꼬 애먼 시간 떼이지 마소. 어린 마음 즐거운 마음 한번 찾아봐요. 아등바등하는 마음을 놓아버려야 돼요. 나를 괴롭히는 자는 모두 스승임을 받아들여요. 

 

늘 기도한다고 얽매이다 보면 고정관념에 박혀서 절대자를 통한 나를 투영하지 못해요. 자극을 못 받고 자기 본위로 해석을 하게 되지요. 그걸 무기에 빠진다 무기공이라 합니다.

 

요즘 백일기도 마치고 우리 신도님들과 이 못난 시님의 제자님들이 여러 경계를 물어오십니다. 혹독했던 기도였던 만큼 어떤 제자는 상당한 경계로 절 흐뭇하게 만들어요.

 

우리는 흔히 죽은 조상들이 잘못하고 저지른 업보를 왜 자손이 받아야 하냐는 투정을 많이 하고 억울해합니다만 자손들만이 아니라 자손들이 잘못된 행위를 하게 되면 곧바로 그 기운이 조상에게 전달됩니다. 하는 일마다 되는 일 없고 금맥을 발견했다고 땅을 판들 자갈돌 돌밭밖에 안 걸립니다. 조상 탓할 시간에 금쪽같은 내 새끼 걱정 먼저 하여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어요.

 

물고기 잡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개울을 그냥 지나치지 않듯이 악의 기운을 내림받으면 반드시 행사를 하게 되어있어요. 착한 일을 하게 되면 설령 단명살을 받고 난 이라도 목숨을 이어가게 됩니다. 좋은 일을 하게 되면 좋은 기운이 그 사람을 향해 같이 돕니다. 남에게 베푼 만큼 세상이 꽃으로 보이게 됩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좋은 일에는 반드시 복으로 돌아오고 나쁜 일에는 반드시 과보로 돌아온다.

 

세상사 돌고 돈다. 물도 돌고 바람도 돌고 돈다. 모든 기운은 돌고 돈다. 지구도 돈다. 주인공인 나와 함께 나를 주최로 돈다. 돌고 돌아 내가 조상이 되고 내가 손자가 되니 윤회라 이름한다.

 

늘 입으로 기도합니다. 선덕 쌓고, 보시행을 합니다. 그런데 늘 마음 한쪽이 꿀꿀하고 먼가 꺼림칙한 낯선 기분이 늘 찜찜하게 합니다. 자신을 의심하면 남을 믿지 못하고 자신을 믿으면 남을 의심치 않는다.

 

복은 원망을 늘어놓는 순간 위험해집니다. 남에게 복을 주려 하면 막 퍼주세요. 줄 때 아까운 표정이면 주고도 미운 소리 돌아와요. 많이 준다고 했다가 뒤에 적게 주는 사람은 원망을 사게 됩니다. 엷게 얄팍하게 베풀고 두껍게 바라면 보답받지 못해요. 

 

편안하려면 욕됨을 면해야 되고 덕을 쌓는 것을 젤 먼저 하세요. 선을 행함을 좋아하게 되면 더욱 즐겁겠지요. 소원이 많으면 괴로움이 따르지요. 기도자가 천수경을 하면서 발원문을 따로 하는 것은 참 우습지요. 천수경 자체에 온갖 발원이 다 들어있는데... 부처님께 떼쓰자는 거 아닌가요? 중언부언하면.... 좋은 소리도 자꾸 들으면 지겹겠지요 ㅎㅎ

 

불안은 미래로부터 옵니다. 과거로부터 벗어나지 못함에서 옵니다. 현재로 빨리 돌아와야 합니다. 현재의 내 몸을 느껴야 합니다. 내 마음이 내 몸을 떠났기 때문에 불안한 것입니다. 자신을 놓아두고 남을 가르치려 하면 거슬리고 거슬리는 것은 쫓기 어렵지요. 쫓기가 어려우면 어지러워지고 따르기 쉬우면 다스려지겠지요.

 

우리는 늘 한 가지에 몰두합니다. 내 한 몸뚱어리의 행복 행복 말이지요. 내 한 몸의 영달의 완성을 위해 다른 모든 것들을 과감히 희생시키지요. 경제적으로 어려움 없이 내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는 게 행복이라 하네요. 그게 안되기에 늘 잘 되는 자기 최면을, 잘 되고자 서원을 하게 되나 봅니다.

 

순간순간 몰입이 집적된 것이 삶이라지요. 세상사 돌고 돕니다. 오늘의 부자가 내생의 부자로 오는 것은 낙타 바늘귀 통과 하기라지요. 내 입으로 들어갈 밥은 내 힘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자기 발로 이만큼 걸어왔으니 자기 발로 저만큼 걸어가야 합니다. 누가 대신 걸어 줄 수 없는 게 인생입니다.

 

어느 지하도에서 앞을 못 보는 노인네가 구걸을 하고 있는데 세상 사람들이 무심히 거들떠보지도 않고 지나치더랍니다. 이를 불쌍히 여긴 지나가던 작가분이 " 봄이 왔습니까? 그러나 저는 봄을 볼 수 없습니다!" 라는 문구를 적어 놓자 수많은 이들이 지나치지 못하고 적선을 하고 가더랍니다.

 

봄이 왔어요.

 

2012년 4월 27일

 

관세음보살 승묵 합장

 

 

승묵스님 글모음 길라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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