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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쉼터

복은커녕 아무런 덕이 없는데 뭘 어찌 도와주노!!

by 마하연 2023. 1. 9.

올가을 내내 백일기도하느라 절에만 칩거하고 있었더니 기다렸다는 듯 여기저기서 손님들이 밀려오고 신도님댁 안택 요청에 발이 모자랍니다. 

오전엔 약속된 신도분과 환담을 마치고 오후에 두 집에 방문 계획이 있어 옷을 차려입고 나서는데 전화가 울립니다. "스님 뵐려고 멀리서 왔습니다.. " 중년의 가느다란 목소린데 어딘가 많이 힘들어하는 초로의 신사 음성입니다. 

"... 아이구 처사님 안택이 있어 외출 중입니다. 카페에서 오셨다는데... "

"스님 바쁘시면... " 어디 숙소 구해서 주무시고 낼 아침에라도 오신답니다. 자고 갈 수 있냐시는데 ... 

느닷없는 방문도 방문이거니와 열악한 형편이고 전례가 없는 일이라.. 안됩니다 하고 나니 마음이 영 개운치 않습니다. 긍휼한 마음이 자꾸 앞서 가능한 빨리 일을 마치고 수덕사로 오시라 하니 마음이 홀가분합니다.

5섯시경이면 도착하신다는 분이 한참이 지나서야 길을 못 찾고 빙빙 돌다 전화를 주셔서 동네 어귀까지 마중 나가 모셔오고 ... 마주 앉아보니 한마디로 갑갑함을 떠나 환장할 지경입니다. 그동안 살아오신 여정보다 앞으로의 삶이 좀이라도 덜 박해야 하거늘 ... 이러이러 하시고 기도는 어떻게 하십시오 하고 보내고 나니 착잡합니다.

 

흔히 복이 어쩌고저쩌고 논하는데 복록은커녕 덕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 

덕이란 밖에서 사람이 바람직하고 안에서 나에게 얻어진 것 즉 인간이 스스로의 수양을 통해서 얻어지고 그것이 다시 실천을 통해 나타남을 말하는 것으로 씨앗이 저절로 나무로 자라는 것과 같이 사물을 변화시키는 잠재적인 힘을 말합니다. 

덕은 음덕과 양덕으로 대별하는데 음덕은 조상 대대로 이어오는 덕을 말함이요, 양덕은 전생부터 이생까지 내가 지어온 선과 그래프를 말합니다.

음덕이 없으면 양덕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 잘되면 지 탓이고 안되면 조상 탓인 게지요. 그러면 이 덕이 없는 사람은 다 거지같이 밑싸개 같은 인생만 살다 가야 하나요? 그러기에 이 덕 즉 공덕을 쌓아 선근을 축적시키는 게 팔자 푸는 방법인 겝니다.

선근을 챙겨 공덕을 쌓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한마디로 적선 즉 보시입니다. 적선에는 진선과 가선이 있는데 가선은 공덕이 안된다 합니다. 즉 남에게 이롭게 하는 이타행은 적선이 되지만 자신에게 이로운 것은 적선이 안됩니다. 마음에 뿌리를 두고 무위로 자연스럽게 우러나서 행하는 것이 적선이지 쌀 몇 포대 모아놓고 사진이나 찍는 것은 ...

개운서로 잘 알려진 요범사훈에 의하면 나뿐 운명을 좋은 운명으로 돌리는 방법에 '지금 당장 생각과 습관을 바꿀 것과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일(적선) 많이 할 것'이라 정의되어 있습니다. 

늘 정결한 마음으로 신실함으로 기도하는 습관을 들이고 행을 하다 보면 스스로 바뀌어지는데 흔히 꿈으로 체험을 하게 되는데 몽중 가피라 합니다. 수염 하얀 산신령이 나타나 산삼 뿌리를 준다든지, 부처님이 손을 잡아 이끌어주시던지 아니면 스스로 몸속의 오물이나 노폐물을 다 비워내는 꿈이라든지 누군가가 자신의 머리를 깎아주는 꿈이라든지 몽중일여의 가피를 입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은 그동안의 허물 즉 업장을 조금씩 걷어내 줌을 말해주는 방편입니다. 마음을 닦을수록 꿈의 내용이 변하여지고 그에 따라 운명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조짐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특히나 음덕 즉 조상 덕에 없는 분들은 더더욱이 적선에 힘써야 합니다. 적선 공덕에 더불어 본인에 맞는 기도법을 병행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누차 말씀드리지만 기도는 모든 것을 성취할 수 있는 내 마음의 힘입니다. 

스님의 병원의 원무과장입니다. 원무과에서 환자를 각 과에 특성에 맞게 배치하듯이 모든 기도는 스님의 지도를 받는 게 좋습니다. 누가 어떤 기도가 좋다더라 사경이 좋다더라 해서 끌려다니는 것은 어리석음입니다. 하기야 외과 수술할 환자라도 내과 수술대에 오르면 링거는 맞으니 어떤 기도해도 링거 맞는 만큼의 효과는 보겠으나 본질적인 내면 치유는 어렵겠지요. 

절마다 우르르 몰려 댕기며 이 절에서 백팔배 하면 소원성취한댜, 관음기도하면 성불한댜, 사경기도 올리면 금세 부자된댜... 백날 몰려댕겨야 남는 건 신경통 뿐입니다 ... 흔히들 백일기도 천일기도 삼천배 기도해도 감감무소식이라 ..

나는 왜 기도빨이 없노 하는 탄식이 많은데 다 그런 이유입니다. 적선도 없고 공덕도 없는데 기도만 한다고 다 이루어질까요.

모든 것은 이원법입니다. 열쇠엔 자물쇠가 있어야 하고 신랑에겐 아내가 있어야 하듯이 기도엔 지극정성 일념에 나를 나라는 존재를 밑바닥까지 내려놓아야 합니다. 멘날 신랑 욕이나 해대면서 입으로 백날 참회한들... 

나를 밑바닥까지 내려놓고 나에게 알맞은 기도법을 받아 정진과 동시에 적선 즉 보시를 행함으로써 적선 공덕이 쌓여 내 앞길 가로막던 업장 장애물이 하나씩 제거되어가지요. 내 앞을 막는 장애물이 하나씩 하나씩 제거되는 것이 가피입니다. 

선근 공덕 가피가 쌓일 때마다 운명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게 됩니다. 늘 업장에 끄달리며 사는 업생에서 벗어나 원생(내가 원하는 대로 사는 삶)으로 가는 길은 공덕을 쌓으면서 기도하는 수밖에 달리 없습니다. 

요범사훈에서 말하는 공덕을 점수별로 발췌해 보았으니 참고 하시길... 

** 1점짜리 공덕 

  • 사람의 선을 칭찬한 공덕
  • 사람의 악을 덮어준 공덕
  • 싸움을 말리고 나쁜 일을 못하도록 한 공덕
  • 한 사람의 배고픔 추위 등을 구제해 준 공덕 
  • 경전 한 권을 독송하는 것
  • 한 스님을 공양하는 것
  • 지옥에 떨어진 영혼들을 천도하는 것
  • 반성 참회의 예로 절을 백배하는 것
  • 부처님이나 불보살 명호를 천 번 염송하는 것
  • 설법으로 열 사람에 가르침이 미치는 공덕 등과
  • 구휼미를 내놓는 것
  • 길이나 다리를 놓거나 복구하거나 막힌 강을 뚫고 우물을 파 사람들을 이롭게 하고
  • 절도량을 짓고 차나 물 등을 보시하며
  • 죽은 사람을 위해 관목을 보시하는 것 등의 일체 사람을 이롭게 하는 행위에 대한 공덕 

1점 따기 수월 치 않지요 ... 관세음보살 

** 3점짜리 공덕 

  • 뜻밖의 횡액을 당하여도 화내지 않는 것
  • 남의 비방에도 변명치 않는 것
  • 귀에 거슬리는 말을 듣고도 화내지 않는 것
  • 마땅히 책망할 사람을 용서하는 것
  • 양잠 어부 수렵인 도살업 인에게 직업을 바꾸도록 권하는 공덕
  • 저절로 죽은 가축을 묻어주는 것 

** 5점짜리 공덕 

  • 한 사람의 법정 소송을 그치도록 권하는 공덕
  • 한 사람에게 심성과 생명을 보호하고 유익하게 하는 일을 전해주는 것
  • 약 처방이나 민간요법으로 한 사람에게 가벼운 병을 고쳐주는 공덕
  • 남의 악담을 퍼트리지 못하게 권고하는 공덕
  • 어질고 착한 사람을 공양하는 공덕
  • 중생을 위해 천재지변을 막아 달라고 기도할 때 단지 착한 원만 발원하고 제물로 희생 동물을 잡지 않는 공덕
  • 사람에게 보답할 힘이 없는 가축의 생명을 구제해 주는 공덕 

** 30점짜리 공덕 

  • 땅 없는 자에게 한 뙈기 묘지를 제공해 주는 공덕
  • 비행자를 교화해서 행실을 바꾸게 하는 것
  • 한 사람의 수계 재자를 인도하는 것
  • 부부간의 이혼 싸움 파탄 등의 가정불화를 화해시켜 다시 살게 하는 것
  • 버려진 아이 데려다 키우는 공덕
  • 한 사람의 덕을 이루도록 도와주는 것 

** 50점짜리 공덕

  • 낙태를 못하게 하는 공덕
  • 욕망을 억재하고 정갈히 사는 공덕
  • 의지처를 마련해 주고 양육해 주는 공덕
  • 한 사람이 유랑을 안 하도록 구해주는 것
  • 억울하게 유배나 징역 등 중죄 짓는 것을 구해주는 것
  • 좋은 말로 만인을 이익되게 하는 공덕 

** 100점짜리 공덕 

  • 사람 목숨 구해주는 공덕
  • 여자의 정조를 지켜주는 공덕
  • 여러 죽음을 저지하는 공덕
  • 다른 사람의 후사를 이어주는 공덕 이상

이렇듯 적선하여 공덕 쌓기가 어려운 법입니다. 최소한 공덕이 몇만 점은 되어야 원생을 살 수 있을까요? 부처님 명호 천 번 불러야 1점 절 한 번에 1점 사람 목숨 한번 살려야 백점이니 얼마나 선업을 쌓아야 할까요? 

우리가 잘 아는 무학 대사께서도 아침 낮 저녁으로 천 배씩 얼마나 지성으로 하셨는지 이마에 혹이 생기고 무릎이 찢어지도록 삼천 배를 삼 년 하시다가 홀연히 깨달음을 성취하셨다 합니다. 

절 수행이던 염불 수행이던 지극히 하다 보면 명훈가피가 있음을 암시하고 격려하기 위해 방편으로 매긴 점수겠지만 수험생이 일 점이라도 올리려는 심정으로 기도와 적선을 이원 수행함이 어떨까 싶어 글을 올려 봅니다. 

요즘 시대에 부합되지 않는 면도 있는 내용이나 다 온고이지신 회광반조 조고각하의 심정으로 새겨봅니다 .. 

관세음보살 승묵 합장 

2011년 12월 24일

 

 

승묵스님 글모음 길라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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