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立冬을 거느리고 온 시월이 우중충한 비바람을 몰고 왔다.
인간사 모두가 고해이건만 저 바람은 어디로 가자고 재촉하는가? 어디로 가자고 저 바람은 내 등을 떠밀까? 생멸법에 기대어 아귀다툼, 악다구니로 살아가는 인간 군상들의 몸과 마음도 다 함께 날려가면 좋으련만...
그리 잘 알지는 못하지만 선한 눈매에 수줍은 미소가 잔잔하던 보살님이 스스로 명줄을 끊었다는 전언마저 바람결에 들려온다. 유학까지 다녀온 아들이 기대와는 다르게 자꾸만 어머니에게 기대서 돈을 뜯어가기만 하고 개전의 가능성조차 희박함에 그나마 남아있던 재산 박박 끌어모아 '옛다 이게 마지막이다'라는 유언을 남겼단다.
각득기소各得其所라! 각자 원하는 바대로 된다면 이 세상 무에 힘들까? ...뼛속까지 한번 힘들지 않으면, 사무치게 혹독함을 견디지 않으면 매화가 어찌 코 찌르는 향기를 토할 수 있으랴!...
맹구우목 盲龜遇木이란 말이 있다. 눈먼 거북이가 망망대해에서 수백 년마다 한 번씩 숨을 쉬러 올라온단다. 살기 위해서 말이지요. 때마침 떠다니는 판자를 눈먼 거북이는 만날 수 있을까? 눈먼 거북이가 잠시라도 편히 쉴 널빤지를 만날 확률은 몇%나 될까?
우리는 진짜 맹구 눈먼 거북이입니다. 진짜 수없는 겁을 방황하다가 업이 다하고 발복하여 겨우겨우 얻은 나무토막인데 ... 이 나무토막(목숨) 놓치면 끝인데....
우리는 무명 속에 사는 사람들이기에 우리를 교화하려고 부처님이 이 땅에 오셨습니다. 우리는 이 땅에 어떻게 태어나느냐? 부처님의 입으로부터 태어납니다. 설법으로 태어난다는 말입니다.
독실한 불교 신자는 아니었지만 타 종교에 빨려 들어가 '주님의 품으로, 주의 나라로 간다'라는 유서를 남겼다 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흔히들 xx 교나 불교나 진리는 하나고 다 같은 종교라는 말들을 스스럼없이 합니다.
종교宗敎... 마루 종자에 가르칠 교자입니다.
종宗 : 마음心자를 상징합니다. 일체유심조, 종교의 근본 가르침을 말합니다.
교敎 : 다종다양한 각양각색의 교화방편을 말합니다.
때는 바야흐로 말법시대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지금 우리의 문화 사회와 정치권마저 지배하고 있는 어떤 종교는 스스로 신의 종 노예를 자처하며 종으로 살기를 서약하고 맹세하고 주변의 모든 사람을 노예화하기에 목숨을 겁니다.
하늘의 종이 된다는 교는 종교宗敎가 아니라 쫓아다닐 종從자 종교(從敎)입니다. 그들은 신의 종, 노예가 되는 종교이며 종말론을 주장하는 교는 종교가 아니라 마칠 종終자 종교(終敎)입니다.
종宗은 우리의 근본 마음자리, 본지 풍광 자리, 심성, 불성, 자성, 법성을 회복하고 찾아 나가는 길입니다.
눈 크게 뜨고 살아가야 합니다. 온갖 약초며 산삼이 많이 있는 산에 의사가 가면 모두 찾아내 보이지만, 사냥꾼이나 목동들은 그 산에 항상 살지만 약초는 끝내 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백천만겁난조우百千萬劫難遭隅 로 부처님 만난 것은 다시없는 행운이자 기회, 홍복인 것입니다.저 혼자만 잘 먹고 잘 살고 자기만 이익되게 살면 귀신굴 속에 처박혀 앉아 있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우리가 다른 이는 이익되게 하지 않으면서 자기만 편하려 하는 것은 마치 눈먼 사람이 보배가 많은 섬에 살면서도 보배를 보지 못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부처님 말씀입니다. 아는 만큼 전법하고 가진 만큼 베푸는 것이 불자의 제1도리이건만 우리 보살님들은 "나는 아직 잘 몰라서 포교할 자격도 없고 자신도 없다"라는 말씀들을 너무도 당당히 하십니다.
저 역시 부끄럽기는 매일반입니다._()_
보살은 모든 가르침을 수순해서 나도 이롭고 다른 이도 이롭게 하는 이입니다.
수지독송 受持讀誦 : 부처님 말씀을 수지하고 독송하는 것은 자리自利이며,
위타인설 爲他人說 : 남을 위해 해설하는 것은 이타 利他입니다.
자각각타 自覺覺他 : 자기도 깨닫고 다른 이도 깨닫게 하는 것이 둘이 아닌 하나 동시 상황이라는 말입니다.
자미득도自未得道라도 선도타先度他라, "비록 나는 깨달음을 얻지 못했더라도 남을 먼저 제도하겠다"
대승은 내가 열반에 들더라도, 성문 4과(수다원, 사다함, 아나함, 아라한)에 이르러 증득하더라도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이것을 포기하더라도, 남의 고통을 뽑아주고 즐거움을 주겠다는 것이고 이런 분이 보살입니다.
이런 것을 "자리이타 자각각타의 삶", "보살의 삶"이라 하며 반대로 자기만 자기 가족만 우리만 우리 종교만 따지면서 이익이 없으면 관여 안 하는 삶을 이해타산적이라 합니다.
바람결에 실려온 소식에 저 역시 많은 참회와 반성을 합니다. 전화라도 한번 해서 챙겨줬으면... 관심이라도 표현했으면... xx 믿다 죽으면 무조건 천당 간다고 선뜻 비시사해버리며 가족과 이웃에게 씻지 못할 짐을 두고 천만겁 씻지 못할 악업을 짓는 일은 없었지 않았을까?
나무 관세음보살_()_
이제 겨울이 다가오고 있지만 모든 것은 겨울을 이길 만한 존재적 근원적 힘이 있다. 우리 모두는 부처님 배꼽으로부터 태어난 존재들이다. 부처님과 종자가 같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비록 캄캄한 무지몽매한 어둠 속에서 한 생각 잘못으로 이 땅에 덩어리져 태어났지만 부처님 은혜에 보답하며 정진하고 남을 위하고 사회를 위하고 국가를 위하고 우주에 의미롭게 살며 주어진 생을 잘 마무리할 때 비로소 우리는 해탈하고 열반으로 이르며 보살이 되고 부처와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내게 주어진 여건대로 가진 만큼 베풀고 아는 만큼 인연 되는 만큼 불법 전도하여 부처님께 우주에 진 업장 다 녹이고 의미롭게 살다 가야 합니다. 바람결에 깎이는 바위처럼 물결에 몽글몽글 닳아지는 조약돌처럼 그러하게 닦이고 깨지며 사는 가운데서도 늘 좋은 말 좋은 행동 좋은 생각으로 인연의 씨앗을 뿌려둬야 합니다.
어느 날 문득 따사로운 햇볕에 토실토실 알곡이 바람결에 사부작사부작 영글어갈 것입니다.
삼가 망자의 명복을 빌며 이만 줄입니다.
마하반야바라밀
마하반야바라밀
나무 마하반야바라밀_()_
2018년 11월 11일
'영혼의 쉼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뿌린 대로 거두리라 (0) | 2023.01.15 |
---|---|
스님 밤새 꿈자리가... (0) | 2023.01.15 |
봉정암 다녀왔습니다_()_ (0) | 2023.01.15 |
봉정암! 성지기도에 관하여... (0) | 2023.01.15 |
재(齋)의 의미 (0) | 2023.01.1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