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유난히도 극성을 부리던 무더위도 슬그머니 일어나는 찬바람에 흔적조차 아련하다. 곧이어 차가운 겨울이 무술년 끝자락을 차지하리라.
우리는 설이나 추석 명절에 차례를 올린다. 전통적으로 차례茶禮는 술 대신 차茶를 올리는 예식이다. 추석 차례는 유교뿐 아니라 불교의식에도 그 뿌리가 있다.
백장청규라는 고서에는 차례의 뜻을
"한솥에 끓인 차를 부처님께 바치고 또 공양드리는 사람이 더불어 마심으로 부처와 중생이 하나가 되고 또 절 안의 스님과 신자가 같은 솥에 끓인 차를 나눠 마시면서 이질 요소를 동질화 시키는 일심동체 원융회통의 의례"라고 설명한다.
차례는 하늘과 조상에 차를 올리면서 드리는 예禮인 것이다. 조선시대 유학자이자 사후 이조판서로 추중된 대학자 한재 이목 선생의 집안에서도 차를 올렸다는 기록과 그 후손들은 현재도 숭늉 대신 차를 올려 재사를 지내고 있다 한다.
불교식 가정 재사 기본 원칙에 따르면 상차림은 간소하게 하고 고기와 생선류는 제외하며 육법공양물에 해당하는 향, 초, 꽃과 실, 밥을 올리고 국, 3색 나물, 3색 과일을 갖춘다.
불교가정재사 의식 절차는 영가모시기 - 재수 권하기 - 경전 독송 - 축원 - 영가 보내기로 되어 있다. 재수 나누기로 재사를 마치고 나면 온 가족이 둘러앉아 음복 飮福하며 조상을 기리고 서로 덕담을 나눈다.
술과 고기를 쓰며 영가를 위무하는 행위를 제사祭祀라 하며 차와 신성한 재물로 지내는 불교의식은 재齋라 함을 기억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일정한 때가 되면 이 자리를 털고 떠나야 한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이유 여하 없이 강제로 손에 쥔 것 하나 없이 떠나야 한다. 떠나는 순간부터 영계로 입적된다.
살아생전 공과에 따라 공덕이 적으면 지옥 아귀 축생의 삼악도로 가는 수도 있고, 공덕 점수가 높으면 천상으로 가 안락함을 향유하지만 고과 점수가 지옥 가긴 좀 그렇고 천당 가기는 아쉬운 존재들이 가는 곳이 '영계, 중음신계' 라고 한다.
영가들이 사는 세상은 음식점도 없고 은행도 슈퍼도 없는 세상이다. 그들은 전생의 업력과 복록으로 정해진 커리큘럼을 이수해야만 한다. 즐거움은 없고 오직 지은 죄를 씻는 고통의 심화 학습 과정만 있는 업장 세탁소 같은 곳이다.
부처님 말씀에 '가사 백천만겁이 지나도 지은 바 업은 사라지지 않아서 반드시 복보를 받는다' 하셨다. 우주의 법 부처님 법은 철두철미한 의도로 진행될 뿐이다.
중음신 우리 조상들은 오직 후손들의 작복과 후손들의 정성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영가들은 자손들을 통한 계속되는 부처님 말씀을 통해서 우리와 소통하며 도와가며 깨달음을 희구한다.
'불수자성 수연성'이라 자기가 지은 대로 고대로 다 받는다. 살아생전 남아 가져가는 것은 오로지 "카르마, 업 "뿐이다.
산자들은 법회를, 스님 법문을 통해서 "백천만겁 난조우로 얻은 소중한 삶 이생에서는 말과 생각과 행동에 심사숙고해야겠구나" 하고 근신하고 배워 개선할 수 있으나, 각중에 끌려간 창졸간에 잡혀간 영가들의 사후에 상태는 과연 뭐가 남을까?
사후에는 제대로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다. 이끌어 줄 스승도 도반도 없다. 왕후장상도 대재벌도 심장이 멎는 순간 인사불성이 되어 별도리 없다. 막행막식한 자와 수행하고 수양한자들 모두 이 땅을 등지는 순간 갈길은 따로 정해져 있다.
참으로, 천만다행으로 불법을 만난 자손을 만난 영가들은 새로운 삶을 누릴 기회를 포착하였으니 이는 더할 나위 없는 홍복이요 세세생생 미증유의 일대사일 것이다. 지장재일이나 우란분절, 예수재, 천도재도 영가들이 공부가 되어야 수용된다.
우리들 마음 가운데 항상 부처님이 계신다. 우리가 부처님 은혜에 보답하고 나아가 부처님을 기쁘게 하는 길은 부처님 유언처럼 게으르지 말며 항상 부처님을 예배하고 찬탄하며 공경 공양하는 것이다.
선망 조상 영가들은 오직 후손들의 작복과 후손들의 정성으로 긴 중음기를 벗어나서 인도환생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우리들의 말과 생각과 행동 가운데 좋은 말 좋은 생각 좋은 행동을 하면 즐거움이 따른다. 이 즐거움은 영계의 선망 조상들의 양식이 되고 윤회의 고를 끊는 자양분이 된다.
우리들 마음 가운데 항상 부처님이 계신다.
이번 추석에는 조상님들의 살아생전 삶을 되새기고 남은 자손들은 화합으로 조상들의 에너지를 북돋아 드려야 할 것이며, 나아가 모든 중생들의 성불을 기원하며 원만한 부처님 나라가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 가득한 한가위 되시길 기도드립니다.
마하반야바라밀
마하반야바라밀
나무 마하반야바라밀
무설당 승묵 합장_()_
2018년 9월 16일
'영혼의 쉼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봉정암 다녀왔습니다_()_ (0) | 2023.01.15 |
---|---|
봉정암! 성지기도에 관하여... (0) | 2023.01.15 |
백중... 그리고 재사는 어떤 의미를 갖는 걸까? (0) | 2023.01.15 |
저 같은 사람도 부처님께서 용서하실까요? (0) | 2023.01.15 |
떠난 님아! (0) | 2023.01.1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