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했던 여름을 보내느라 초록은 점점 탈색되어가고, 해마다 이때쯤이면 살랑이는 바람결에 설렘도 한 움큼씩 몰려오고 저만치 성큼 다가온 단풍 소식에 만화방창 콧노래는 율려가 되어 춤사위로 어우러지는 그러한 이맘때이건만...
우리 절 마하연 제1기 수계 제자 여러분들의 갸륵한 정성과 신심 그리고 대자비의 지혜가 백일기도 입재라는 단비가 되어 촉촉이 내리는 날입니다.
인간은 완벽한 존재가 되기엔 모두가 불완전한 존재이다.
돌고도는 물레방아 인생!
억겁 세월을 돌고 돌아 윤회한들 헛헛한 가슴엔 채워지지 않는 허기만 차오를 뿐...
이게 머지? 까지는 되는데 어떻게 해야 되지는 안 떠오른다.
조바심 내면 안되는데 두려움이 생긴다.
불안.. 두려움.. 공포..
요즘 흔히 일어나는 지진에 대한 공포는 지나간 지진보다 앞으로 다가올 지진에 대한 공포라서 더 무서운 것이리라!
잡념이 일어나는 것을 두려워 마라.
다만 알아차림이 늦는 것을 두려워하라.
잡념에 끌려가지 말고 바라보라.
바라보는 순간 알아차리는 자리가 드러난다!
하느님 자리가 드러난다.
하느님 자리는 태양의 자리 비로자나의 자리이다.
햇살이 없을 때 추위라는 공포에 떨던 내가 햇살이 듦으로써 해뜸으로 따셔지고 안전한 공포를 즐기게 됨이리라.
살아가면서 살다 보니 헛헛한 기운이 들 때마다 써먹는 '처방전' 하나.
어릴 적 흙벽돌 찍어 늙은 애비가 손수 지은 집이 떠오르지 않는가?
어릴 적 나는 나만의 공간 나만의 다락방 그리고 아무도 모르는 진지도 구축하고 기지를 몰래 만들어서 비밀스레 출입하면서 놀던 시절이 있었다.
부처님께서도 "언제라도 건너가 휴식하고 나를 일깨워주고 존재로서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나만의 섬을 만들라" 수없이 강조하셨지요.
조바심을 내면 두려움이 생긴다.
그러나 두려움의 트라우마는 내 삶에 잘 조화되고 절충되어 이 모두가 다음 농사에 밑거름의 질료가 된다.
채워지지 않는 허기를 기도라는 '처방전'으로 선택하신 님들께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마하반야바라밀
2016년 9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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