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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쉼터

나는 왜 기도운이 없을까? Ⅱ

by 마하연 2023. 1. 13.

세상살이가 고추보다 당초보다도 맵고 맵다는 말이 있다. 세상일이란 인간의 의지대로 되는 일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누구는 온갖 죽을힘으로 정성과 신명을 다해도 매사 불성不成인 반면 혹자는 빈둥빈둥 설렁설렁하는 듯해도 누구나가 부러워하는 성공인이 되는 경우를 종종 본다. 

기도도 또한 마찬가지인 듯하다. 

정초 백일기도에 경향 각지와 외국에서 백오십여 가구가 동참해서 각고의 노력으로 하루하루 가행정진하지만 뜬금없는 병마에 구설에 수마 등 돌연 변수에 하나씩 낙오하고... 다 같은 부처님 제자로서의 지위를 갖고 수행하건만 누구는 쉬이 기도 성취하고 누구는 중도에 막히고 더딘 걸음에 힘들어한단 말인가.

이유는 무엇인가 곰곰이 새겨 보아야 한다. 

우리는 우주의 진리에 입각한 어떠한 힘에 의해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그 살아가는 힘을 능력이라 합니다. 재력, 체력, 사회적 지위 등을 능력이라 합니다.

힘들여 공부하고 돈 벌려 노력하고 건강관리에 공들이는 것 모두가 능력을 배양하기 위함이지요. 온갖 재주와 요령 역시 능력에 들어갑니다. 

이등 가면 서러워하는 사람들이 뽑힌 굴지의 대기업 신입사원 수백 명이 같이 입사했다 하더라도 종국에 탑 오너가 되는 사람은 극소수로 추려지는 법이다. 다 같은 어마 무시한 능력으로 출발해서 남보다 더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누구는 처지고 누구는 출세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성공한 이는 능력 외에 복력이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남의 공을 가로채지 않고 좋은 것은 양보하고 옳은 것을 위하여 핍박받음을 즐겨하고 너그럽고 배려심 많은 행동으로 덕을 쌓았기에 덕이 모여 복력이 갖춰진 사람을 말합니다. 덕을 갖추고 작복作福한 사람은 훗날 반드시 큰 성공을 이룬다고 합니다. 

아함경에 보면 부처님께서 보리수 하에서 성불하실 때 수천만억의 마구니들이 훼방했지만 복력의 힘으로 마군을 항복받았다는 구절이 나옵니다. 사람의 능력은 한계가 있기에 복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겁니다. 

덕을 쌓고 복을 짓는 일은 당장은 돈이 안되고 손해만 나는 일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어려운 일일수록 능력이 아니라 복력이 성패를 가르기에 부처님께서도 모든 불자는 복 짓기를 게을리하지 말라고 강조하고 계신 겁니다. 

중생들은 꽃과 과일을 보고 환호하지만 뿌리의 덕을 지나치기 쉬운 법입니다. 2층 지을 기초공사한 집에 3층 건물을 지으면 3층은 물론 건물 전체가 무너지는 법입니다. 이와 같은 뿌리의 세계, 기초의 장이 복력의 세계입니다. 

복력의 기초 없는 2, 3층은 언제 무너질지 모를 사상누각이지만 겉보기엔 화려하기 그지없고 찬란해 보이지만 능력과 상관없이 무너지게 되어 있지요.

사람들이 미처 못 보고 안 보이는 세계이기에 부처님 세계는 복력의 세계라고 합니다. 

우리는 능력만으로 사는 세계에 사로잡히고 얽혀버려서 나쁜 짓을 저지르고도 눈 하나 깜빡 안 합니다. 자신에게는 관대하면서도 남에게는 공정한 법과 질서 원칙을 가차 없이 적용하는 잔인함도 서슴지 않습니다. 

약자는 사지까지 몰아 항복을 받고 그것도 션찮은지 짓밟으면서도 강자에게는 먼저 테이블 내놓고 차도 끓여 내면서 짬짜미로 간식을 삼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는데 이런 것들이 결국을 복을 까먹고 능력 과신으로 인한 추락을 뜻하게 됩니다. 

부처님께서 관장하시는 이 원대한 우주에서 사바세계 지구인인 우리의 영혼은 꽤 고차원적인 영적 성장을 한 영혼을 가진 위대한 존재입니다.

남섬부주의 작은 덧집에서 인드라망의 그물에 걸려 육신이라는 3차원의 윤회를 계속하지 않고 진아眞我의 성품을 찾으려면 복력 증장에 몰입하는 수밖에 뾰족한 수는 없습니다. 불자가 되었다는 것은 이미 복된 사람, 복인福人이라는 뜻입니다.

부처님 법이란 만고불변의 영원한 진리이기에 이러한 최상승의 진리를 접할 수 있음은 과거 전생부터 지중한 인연과 함께 닦아놓은 복의 결과이며 과보인 것입니다. 

주역에서도 적선지가 필유여경 積善之家 必有餘慶이라고 선행과 선업을 쌓아 축적하는 이에게 반드시 경사가 많다라도 강조합니다. 조금 하다가 싫증 내어 그만두거나 이 정도면 다 갚았다고 스스로 만족하고 물러난다면 복덕을 이루는 일은 영원히 이룰 수 없겠지요.

복이나 공로가 태산같이 높고 큰 것을 공덕이라 합니다. 

과거 칠불게서 게송으로 설하신 '제악막작 중선봉행 諸惡莫作 衆善奉行 - 즉, 모든 악업을 짓지 말고 모든 선행을 받들어 행하란 말씀' 역시 중생의 복력과 선근이 얼마나 중한가를 강조하신 것입니다. 

去去去 中知 行行行 裏覺 거거거 중지 행행행 이각 - 가고 가고 가다 보면 알게 되고 행하고 행하는 와중에 깨닫게 된다 

서둔다고 급하다고 삶이 조석지간에 바뀔까? 하루아침에 하늘에서 날벼락 떨어지듯 복이 떨어지랴! 잔뿌리에 해동지수 스며들어야 싹도 나고 잎도 피고 꽃이 피고 열매 맺는 법 아니던가?

구름이 흩어지면 달이 나타나리니 복이 있는 사람은 무엇을 하려고 마음만 먹더라도 모든 일이 저절로 풀리고 하늘의 도움을 받아 명성을 날리게 되는 것이 진리입니다. 

좋은 마음으로 작복作福에 힘쓰고 그 복이 쌓이게 되면 능력의 세계에서 복력의 세계로 들어서는 것입니다. 복력이 충만되면 복력의 세계보다 더 수승한 세계인 수행력의 세계로 들어가게 됩니다. 

능력에 의지하면 능력의 세계는 곧 윤회의 세계를 의미한다는 것을 명지하셔야 합니다.

선근 공덕으로 복력이 쌓여 수행력이 완성됨을 성불이라 합니다. 아니 성불이 아니라 내 존재(내 영혼)가 원래 있던 진여眞如 존재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원래 없던 성품이 생기는 게 아니라 이미 다 갖추어져 있던 진여의 성품을 복원하는 것입니다.

수만 년 윤회하느라 녹슬어 있던 무위진인無位眞人의 세포에 자극을 주어 살아나게 하는 생명 복원 작업인 것입니다. 

나무 아미타불 관세음보살

2014년 3월 26일

 

승묵스님 글모음 길라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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