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천리길인 이곳 수덕사지만 일주일이 멀다 하고 새벽 첫차 타구 내려와 부처님 전에 지성 기도 드리고
"시님 뭐 필요하신 거 없나예? 시님 제가 능력이 짧은지라 지금은 다 몬해 디리지만서두... 시님은 척 보모 아신다 아입니꺼? 지는요 한 번 말하모 법인기라예. 울 아들 다음 달 시험 꼭 되게 빌어주시소. 제 사업도 밥만 묵고 살게만 해 주이소. 시님 꼭 보답해 드립니다."
"네 보살님 잘 알겠습니다. 그치만 시간 공간 제약이 있고 또 경비도 많이 드니 너무 자주 오시지 마세요. 부처님은 다 알고 다 이뤄주시는 분이니 넘 염려 마시고 부처님께 맡기시고..."
"아니라예. 시님 좀만 부지런 떨모 한 달에 너덧번은 충분히 내려올 수 있고예. 절에 온다고 하루 비우모 다음날이라도 부처님께서 꼭 채워주시데예. 자주 얼굴을 비쳐야 불자 된 도리 아입니까?"
부처님 전 빌고 빌어 두어 가지 목적이 달성되자 한 달에 한 번 두 달에 한 번... 어느덧 소식 끊긴 지 꽤 되더니만 안부 문자에 이런 답이 옵니다.
"스님 가까운 원찰에 다녀야 해서 수덕사까지 갈 여개가 없습니다. (누구나 원찰이 있는데...) 이젠 원찰에 미안해서 두 군데 못 다니겠으니..."
탓할 생각은 없어요. 세간 법계 살림살이 녹녹지 않은지라 자식 위한 일이라면 내 가족 생계를 위해서라면 화약통 짊어지고라도 용광로에라도 뛰어드는 게 범부이고 중생인지라...
망망대해 구멍 뚫린 널빤지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망해가는 회사 원금이나마 쪼금이라도 건져볼라꼬 울며 겨자 먹기로 폭탄세일 하는 사장님 심정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야 하는 인생의 통과의례인지도 모릅니다.
누가 봐도 그리 심성 곱지도 않은 이이고 선근 공덕도 별로일 성싶은 이들이 약삭빠르게 찾아다니며 메구짓을 해도 조그만 성취가 이루어지는 거 종종 봅니다.
생각 나름이지만 기도하는 대로 족족 이뤄져 남부러움을 받는 보살님들이 계신 반면에 대부분의 지심으로 가행정진하는 이들은 신종플루가 침노하던, 교통사고로 깁스를 하던 어떤 난관에도 굴하지 않고 백일기도를 성만하고 삼천배를 수없이 해도 손톱 만치의 가시적인 성과는 고사하고 몸뚱어리엔 삐거덕삐거덕 관절염이요 파스장 떨어질 날이 없는데 말이죠.
전생의 행위가 금생의 나를 만든다지만 왠지 본전 생각도 나고 억울하기도 한 것이 비단 저뿐만 아닐 겁니다.
어리석었던 시절 이야기지만, 저도 매번 기도 회향 때가 다가오면 은근히 어떤 가피를 바라고 심지어는 눈이 뻑뻑해지고 앞이 침침해져 오면 혹시 천안통이 오려고 그러는가 보다 기대도 해보고 귀에서 전에 업던 미세한 현상에도 혹시 이번 기도 가피로 이근원통의 경지가 오는 것은 아닐까 하면서 은근히 마음 두근거리던 적도 있었습니다. ㅎㅎ
나무 약왕보살 마하살 _()_
믿기는 믿는데 알지를 못하면 무명이 날로 자라나고 알기는 아는데 믿음이 없으면 사견이 성행할 뿐이다.
하늘이 장차 큰일을 어떤 사람에게 맡기려 할 때는 반드시 먼저 그 마음을 괴롭히고, 그 몸을 지치게 하고 그 육체를 굶주리게 하고 그 생활을 곤궁하게 해서 행하는 일이 다 어그러지게 만든다. 이것은 그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서 그 성질을 죽이고 참게 하여 예전에는 할 수 없던 일을 더욱 잘하게 하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말 그대로입니다.
하늘이 안배한 운명이지만 어그러짐을 어서 수습하고 정상궤도에 오르는, 대승의 수레에 오르는 법 중 가장 수승한 방편은 나쁜 인연을 풀어내는 것입니다. 용서하고 인정하는 행위와 더불어 음덕을 쌓는 일입니다. 몰래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을 계속하는 것입니다.
어떤 이들은 "본인이 IMF 때 쫄딱 거지가 되어보니 도와주는 사람 하나도 없더라, 나도 입 깨물고 피고름 삼켜가며 고생고생해서 다시 일궈놨으니 어려운 사람 돌봐 줄 필요 없다. 지들도 다 ~ 노력하면 된다"면서 남 돕는 걸 거부하시는 분도 계시더라구요.
어떤 이는 "저는 어려서부터 나쁜 짓을 해본 적도 없습니다. 또 지금까지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왔습니다. 그런데, 왜 항상 가난하며 사람들은 제가 한 일을 제대로 알아주지 않습니까?"는 분도 계신데 이 역시 음덕의 소치입니다.
몰래 남몰래 남들을 돕는 일을 계속하시고 더불어 만물을 귀하게 여기고 생명을 살리는 일을 꾸준히 하시는 일이 음덕의 저장고를 든든하게 하는 일입니다. 음덕의 대차대조표에서 잉여금이 적립되어야만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어요. 그 잉여금이 운이라는 행운이라는 존재입니다.
때가 온다는 뜻입니다. 운은 반드시 돌아옵니다. 선악이 모두 자기의 행위에 의해 돌아옵니다. 운은 반드시 보답합니다. 자복 자수 자기가 지은 복은 자기한테 반드시 돌아옵니다. 길이든 흉이던 그 보답이 반드시 돌아오는 것이 우주의 법칙입니다.
운은 제자리에 있어 다가갈 대상이 아니고 옮겨오는 존재입니다. 비록 내 선행이 작고 소소한 것일지라도 점차 그것이 쌓여 대업을 이뤄냅니다. 살아있는 한 누구에게나 운이 있습니다.
매일매일 열중하고 몰입하여 게으르지 않으면 우주의 생명력이 부응하여 운이 점점 열려오는데 이를 운이 온다 개운이라 합니다.
선현의 말 중에 하늘의 녹이 없는 사람은 출생하지도 않고 땅에 뿌리 없는 풀은 돋아나지 않는다는 말이 있어요. 누구나 우주 법계에서 주어진 복력이 있고 복전이 있으니 다만 음덕의 소치로 그 꽃을 피울 수 있음입니다.
아름다운 꽃을 부처님 전에 올립니다. 꽃은 아름답고 향기는 천상의 선계를 감동시킵니다. 꽃을 부처님 전에 공양한 복보로 다음 생에 아름다운 몸을 얻는 공덕도 있지만 꽃은 미래지향적인 열매라는 목적성이 있지요. 선인선과 악인악과라는 상징성도 있구요.
시간을 갖고 기다릴 줄도 알고 용서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냄비의 물도 구십구도까지 달아오를 때까지는 아무 증상도 안 보이지만 손을 넣어보면 뜨겁듯이 말이지요.
혼신의 힘을 다해 한길을 가다 보면 큰 뜻을 이루기 전에는 반드시 시련이 옵니다. 운명은 반드시 정성에 따릅니다. 부는 가난이 모여서 되는 것입니다. 가난을 다 채우면 복이 들어오게 되어 있습니다.
음덕이란 줄기를 타고 넉넉한 곳에서 부족한 곳으로 흐르는 것이 복의 실체입니다. 오늘도 여여히 정진하시는 행위가 복줄기를 이루고 복전에 비옥한 자양분을 제공하니 좋은 운명의 씨앗을 뿌리는 행위를 기도라 합니다.
누구에게나 운은 있습니다. 반드시 돌아옵니다.
마하반야바라밀
2014년 3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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