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시위 떠난 활처럼 올 한 해도 막바지로 접어드네요.
올 초 백일기도하면서 각자 지녔던 소구 소망들과 서원은 이룬 분도 있겠고 실망 내지 한숨으로 여무는 분들도 있겠지요.
무언들 쉬운 일 있으리요만 기도 역시 처음 며칠 당분간은 가속도 붙고 재미 내지 살 떨리는 흥미도 생기는 통에 즐거이 하게 되지만 연이어 오는 하품과 혼침 그리고 오만 잡생각에 휘둘리게 되어 종내는 흐지부지하게 됩니다.
선가귀감에 보면 "마란 생사를 즐기는 귀신의 이름이요, 팔만 사천 마군이란 중생의 팔만 사천 번뇌망상이다. 마는 본래 씨가 없지만 수행하는 이가 바른 생각을 잃은 데서 그 근원이 파생되는 것이다. 중생은 그 환경에 순종함으로 탈이 없고 도인은 그 환경에 역행함으로 마가 들게 된다. 그래서 도가 높을수록 마가 성하다... 그러나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마의 온갖 재주가 도리어 물을 베려는 것이나, 햇빛을 불어 끄려는 격이 될 것이다."
옛말에 '벽에 틈이 생기면 바람이 들어오고 마음에 틈이 생기면 마가 들어온다'라고 했습니다. 자동차가 처음 시동 걸고 살살 달릴 때는 바람이나 시야에 저항값이 거의 없다가 속력이 가해짐에 많은 저항값이 닥치는 것과 같은 이치지요.
요즘은 해마다 경제 상황이 거꾸로 가는지 절집 상황도 점점 어려워지나 봅니다. 외부에서 보기에도 딱해 보였던지 신도분이 제게 그러십니다.
"시님 진짜 좋은 아이템이 있습니다. 제가요 작년에 ○○사에 주지 시님께 알려줘서 고마 대박 터졌다 아입니꺼?" 하시면서 득의양양한 모습으로 저를 물끄러미 쳐다봅니다.
제가 아무 말 없이 웃고 있자 그럽니다. "스님 어차피 먹고 살아야 하고 기왕이모 좋은 게 좋은 것이거니와 스님이 안하시모 보살들이 어차피 다른 절에서라도 할 것잉게 해 봅시다."
그래도 제가 말이 없자 그러십니다. "시님 요즘엔 집집마다 차가 다 있다 아입니꺼. 또 웬만큼 사는 집엔 두 세대는 기본 아인교 그래서 말씀인기라예. 정초 백일기도하실 때예 백일기도비 받으시는 외에 차량부 사고기도를 따로 받는 깁니다. 기도 동참자 축원하실 때예 차량 남바 한 번 실적 불러주모 되는 기라예. 차 한 대에 오만 원씩 기도비 받으시모 꽤 짭짤하니더. ○○산 ○○사엔 작년에 ○○개나 팔아서 주지스님 차 바꿔따 아입니꺼?"
번뇌 끈 내려놓고 욕심 내려놓고 조용히 살기는 애시당초 무리였나 봅니다. 재가자들에게 신도들에게 무언가 들킨 거만 같아 찜찜함이 하루종일 괴롭힙니다.
세상사 다 보기 나름이라지만서두 작년 이맘때 아지매들끼리 십만 원씩이나 주고 철학관에 가서 삼재부를 샀다 는 소리에 밤새도록 삼재부 그려서 동짓날 나눠드린 기억이 있고 올해도 몇백 장 그려야 하는데 내년엔 차량 무사고부도 날새며 그려야 할랑게벼요.
북풍한설은 해마다 시절이 영금에 따라 한 곳에서 오건만 인간들이 구별하고 찡그리고... 봄빛은 초록으로 동색이건만 봄빛은 남쪽에서 소리 없이 오건만 잘난 인간들이 구분하고 나누어서... 장미꽃은 아름답고 찔레꽃은 추하더냐 들국화는 외면하다 죽을 때 한 아름 들고 가는 흰 국화 다발은 무엇인고.
종교는 기본적으로 소득을 위한 것이어서는 안 되는 것이고 중생으로부터 위임받은 영적 우월감을 무기로 겁박 주고 착취하면 더욱이 안될 텐데...
시절이 나날이 힘들어짐에 두 다리에 성능 좋은 팔기통짜리 엔진 달고 정신없이 달려도 뒤처질까 두려워 수백 만원짜리 ○○에어 신발마저도 거추장스러워 이마빡에 붙이고 눈 찔끔 감고 달려가도 결승점은 점점 더 멀리 달아나는 오탁악세이거늘.
새해엔 울 보살님들 백일 동참하시는 참회 기도에는 이 시님 돈 마니 안 벌어도 조응께 말입니다. 스님 조금 덜 건강해도 조응께.
"시님 워디워디에 소고기 기막히게 하는 데 있는데 갑시데이. 기도두 머라도 드셔서 힘이 있어야 말이지요 남들 다가는 데 가십시다.. 시님 다른 시님들도 당당하게 승복 입구 오셔서 맛나게 잡수시고 도우미 불러서 노래방 매상도 팍팍 올려서 국가 갱제에 공헌하는디 시님도 좀..." 하시지 마십시다.
그래도 그나마 너그러운 스님이 계시다면, 시님 건강 걱정돼서 챙기시려면 남들 눈에 안 띄고로 집에 뫼셔다가 한 끼 대접해 드리던지, 솜씨 좋은 음식점으로 뫼시려거든 츄리닝에 야구 모자라도 입혀서 뫼셔가시요잉 ㅎㅎ
아무리 좋은 의도로 행을 해도 본원에 맞지 않고 괴변이 되면 그나마 쬐끔이라도 법력 있는 시님들은 지옥행 면할지 몰라도 시주님네는 공업 중생으로 도매끔으로 지옥행 뱅기 로얄석으로 즉석 예약 완료임을 아셔야 됩니다.
우주의 법칙은 철저히 유유상종의 법칙입니다. 서울대 갈 아이들은 서울대 갈 아이들끼리 소통이 되구요. 고급영은 고급스런 영을 가진 사람끼리 파장을 주고받습니다. 관세음보살 염원을 하면 관세음보살과 그 권속들, 신장님들의 에너지로 유유상종하게 됩니다.
기도하다 막히고 훼방을 받게 되면 '아~ 내 복력이 다 돼서 그렇구나' 하고 깨우쳐야 합니다. 기도는 온 우주의 집약된 좋은 기운을 받는 거입니다. 기도가 막히면 내가 수생 동안 저질러 논 업종자가 드러나는 것입니다.
지금 현재 못 사는 사람이 전생에 잘 살았을 리는 없습니다. 내가 비록 못 살고 힘들지만 다만 무엇이라도 남을 위해 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하다못해 절에라도 가서 마당에 잡초라도 뽑아야 합니다. 일 년이 다 가도록 해우소 화장지 버리기 하고 화장실 청소하는 궂은일 하는 보살님 보기 쉽지 않아요.
더 적극적으로 자신 도울 일을 찾아 나서야 합니다. 좀 더 적극적인 선행으로 우리 몸에 구생신(인간이 태어날 때 같이 태어나는 신-약사경)의 급수를 높여야 합니다. 진심으로 진참회, 대참회의 마음을 일으키고 각자 근기에 맞는 불경을 수지독경하고 사서 하다 보면 내 동생신들이 감동하고 모든 우주존재들을 감동시키게 됩니다.
감동은 나비효과를 몰고 와 지긋하고 몸서리쳐지는 업종자(사주팔자)의 업그물이 모두 풀어헤쳐져 모든 죄업이 녹아나고 조상님들이 모두 극락세계에 천도되어 조상님들이 가실 때 고맙다는 답례로 그들의 가진 복의 칠 분의 육을 우리에게 주고 가신다 합니다.
자신이 바라는 바와 행하는 바를 연결시키는 것이 기도입니다.
우리의 기도는 마치 바다와 같아서 백 개 천 개의 물을 모두 받아들이니 마시는 이들 모두 충만하게 되리니 작은 시냇물 같은 여러 마음을 다 조복 받아서 나도 자연의 일부이고 신도 자연의 일부 그래서 신도 내도 둘이 아니구나.. 그렇다고 하나도 아니구나.
내 앞에 나타나는 사람이 죽도록 미운 시어머니거나 밥맛없는 시누 같은 놈이거나 내가 예뻐하는 친정 식구거나 나를 도와주는 이쁜 놈이거나를 떠나서 내 마음 씀씀이가 내가 마음 이끌리는 대로 쓰여서는 되는 게 아니라, 내 주변의 모든 인연 된 그리고 올 인연들에게 그들의 기운을 덜어서 나를 만들어준 모든 다겁생래의 인연들 모두에게 바르게 쓰일 수 있도록 항상 부처님의 지혜광명을 끌어당기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습習 새가 날기 위해 백 일간 양 날개를 퍼뜩인다 해서 만들어진 말이래요.
우리는 참으로 다행으로 이 세간에서 불법을 만났고 천우신조로 백일기도를 앞두고 있습니다. 나와 남을 위한 마음공부 백 일간 신나게 동참해서 인드라망 그물에서 업종자 포자까지 모두 끌어내어 우리 몸속에서 죽지 않는 불성으로 좋은 생각 이끌어내어 하늘의 우주의 선량 선업 파장과 동류해야 합니다.
기도는 고통을 제어하는 힘을 키웁니다. 생각하는 실체를 만나게 합니다. 하늘의 도움을 이끌어 냅니다. 좋은 습을 훈습하여 하늘과 파장을 맞추게 합니다.
하늘의 도움 없이 무얼 하려는가요. 하늘(부처님)과 내가 둘이 아니라니까요.
우리 마음속에 찬란히 빛나는 부처님과 똑같은 지혜를 찾아내어 멋지게 활용하는 이번 기도이길 앙망합니다.
나무 반야바라밀
2013년 12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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