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평화로운 토욜 오후 메시지가 정적을 깨웁니다. 먼가 쎄한 느낌이 들어 살펴보니, 서울 사시는 ㅇㅇ보살이십니다.
'스님, 오래전에 인연 있던 스님에게 몇 시간 걸쳐 엄청나게 욕을 먹었습니다. 제가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로요. 속상하긴 하지만 마음이 많이 아파요. 이렇게 제 업장이 또 닦아지나 봅니다. 참회해야겠어요..'
제가 상투적으로 달래는 문자를 보내자 다시 문자가 옵니다.
'네.. 저는 그 스님을 비방한 적도 없는데 자꾸 전화하셔서 같이 했다 합니다. 죄송하다고 누차 말씀드리지만 분이 안 풀리시나 봐요. 제 탓이라고 생각하지만 자꾸 눈물이 나와요. 이렇게 업장소멸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 역시 달리 드릴 말씀이 없어 묵묵히 있으니 다시 문자가 옵니다.
'스님 이렇게 문자 드릴 수 있는 인연에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시고, 부디 기도 부탁드립니다.'
어찌하다 보니 이 생에서도 또 먹물 옷을 입고 부처님 밥을 먹고 있는 자로서 부끄럽고 한심스러워 먹먹하여집니다.
저 역시 스님이지만 그 보살을 머라 하신 스님 입장도, ㅇㅇ보살의 입장도 다 이해가 갑니다만 ㅇㅇ보살님의 문자에 많은 생각을 합니다. 저 역시 젊은 승려이다 보니 또 울절 신도층이 다른 절에 비해 젊은 층이 많다 보니 온갖 루머와 시빗거리에 온몸을 얻어터져 성한 곳이 없을 지경이지요.
얼마 전엔 이런 전화가 왔어요. 저랑 그래도 절친한 편에 속하는 보살인데 다짜고짜 '스님 그런 글을 왜 쓰십니까? 산속에 사는 스님한테 누가 그런 말을 전해줍니까?' 하고 완전히 뎀비듯이 전화가..
'보살 그게 먼 소리고?' 하니 그 보살 말이 전혀 모르는 보살이 전화가 와서 '스님이 카페에 어떤 보살에 대한 글을 올렸는데 그 친구는 너무 착해서 그런 말 할 사람이 전혀 아닌데 스님이 그런 글을 썼으니 글 내려달라'고 전화가 왔더랍니다...
그래서 '보살님 제 글 읽어봤어요?' 하니 '아뇨 전 컴두 몬하는데요' 합니다 허허...
'근디 그게 먼 소리고' 하니 '자기가 대충 눈치를 채도 그 보살이 입이 싸서 그러고 다니는 것은 자기도 아는데 그래도 스님이 글을 내려주시는 게 그 보살 체면 세워주는 거 아니냐' 합니다.... '진주 바닥이 좁아서 스님이 그런 말 많은 보살하고 부딪히면 스님이 손해 아닙니꺼?'
며칠 전만 해도 저는 난 전생연이 너무 과보가 많아서 스님으로 살아도 맨날 얻어터지고 살아야 할 만큼 업보가 많은가 보다... 아지메들 체면은 세워 주야하고 중으로서는 자존심이 무너지고 개차반이 돼도 그저 참아야 하는구나 헐 ~
제가 아직 모자라서 그런지 저는 여태 스님한테 조금 도움 주고 얼굴 세울 정도 된다 싶으면,
스님 이거 하지 마세요 스님 그러시면 안 됩니다... 스님 어떻게 신도한테 퉁명스럽게 대할 수가 있나요... 어디 절에 가니까 연등값 정해놓고 받던데 스님은 그러면 안 됩니다... 스님 어찌 내가 데려온 신도한테 그렇게 차갑게 대할 수 있나요... 스님 먼저 한 말 중에 뭐시가 맘에 안 들어 이 절 다신 안 올라했어요... 스님 스님..
가난한 절 스님은 보살들 머라 하모 옳은 소리 한마디 하모.. 각오해야 돼요.. 관세음보살... 저 주위에 이런 분들 때매 엄청 힘들고... 많은 가난한 절 스님들이... 이건 숫제 말이 스님이지.. 나무 관세음보살 ... 저는 이 세상에 젤 무서운 게 보살들하고 몸살감기였습니다.
여러분 머드러기라고 들어보셨나요. 과거 전생에 불교와 인연이 있고 불교 공부한 인연을 선근공덕이라 합니다. 저두 선근이 감임해서 묻어나는 재자들이 머드러기가 되어오나 봅니다. 분노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분노를 참고 끝까지 일부분을 속이고 대하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용서하고 넘어가니 머드러기를 선물 하사하시나 봅니다. 아니 모든 인연 불자들이 이 글을 읽고 다 머드러기가 되는 계기가 되어주길 바랍니다.
세상사 모든 것은 법문입니다. 꼬이고 성긴 것은 머드러기가 될 수 없어요. 지금 아무리 봉사를 하고 천날만날 부처님 전 기도해도 입조심 안 하고 구업을 지으면 백 년 하청입니다.
저 불문에 든 지 이십여 성상만에 신도님한테 큰 선물 받았어요. ○○보살님은 입이 없어서 말할 줄 몰라서 대꾸 안 하시고 그저 죄송하다고 조아렸을까요? 저는 은근히 그 스님이 부러웠는데 인자 보니 진짜로 저는 복 받은 스님이네요. 머드러기 하나 들어왔으니 송이째 다발째로 줄줄이 들어오겠지요.
내 콧구멍 속 작은 공간과 대우주 대법당의 공간이 전혀 다르지 않아요.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전혀 다르지 않아요. 용서하고 광명상을 내어 한마음 밝히니 이런 크나큰 법문을 받네요. ○○보살님 감사합니다. 깨우쳐주셔서 감사합니다.
내 스스로 밖을 고집하니 안에 공간이 생겼음을 간과했습니다. 논리를 위장해서 부린 고집들 내려놓겠습니다.
나무 입간수 보살 마하살 나무 관세음보살마하살
2012년 6월 10일
승묵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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