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땡볕에 시작한 기도가 마무리돼갈 즈음 마치 말년 병장이 일력 한 장씩 찢어 내는 듯한 기쁨으로 기도를 밀어붙입니다. 이 기도 마치고 나면 어떤 자그마한 성취라도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 심리도 물론 깔려 있겠지요. ㅎ
거의 백일이 마쳐질 즈음 진언을 마치고 좌선에 들었습니다. 아미타 부처님 배광 뒤에서 천상의 모습을 하신 두 분의 천녀 분이 양쪽에서 플래카드를 들고 나오시는 겁니다. 저는 정신을 집중하고 문구를 보려 정신을 집중하여 보니 自在 자재 란 글자이더군요.
"두 분 성인께서 무슨 일로 이렇게 납시었는지요" 하고 묻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법당 안입니다 ...
십여 년 전 강원도 산골짝에서 토굴을 짓고 천일기도할 때 이야기입니다.
거의 천일이 다 돼갈 즘에 새벽 기도 마치고 감사의 인사를 올리고 있는데 천상에서 휘황찬란한 음악이 흐르더니 내 평생 듣도 보도 못한 청아한 목소리로 염불하는 소리가... 마하반야 바라밀다 심경 관자재보살 .... 중략....
아재 아재 바라 아재 바라승아재 모지 사바하 아재 아재 바라 아재 바라승아재 모지사바하 아재 아재 바라 아재 바라승아재 모지 사바하...
어찌나 희열이 오르던지요. 세상천지 만물이 내 손아귀에 오는구나. 운수납자가 된 지 십수 년 천일기도의 공덕으로 나도 한 소식을 얻는구나.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부처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나도 인자 고생 끝인게벼 행복이 오는겨. 그동안 고생했다고 문수보살께서 선재동자를 보내시어 가피를 주시는구나. 감사의 례를 수없이 올리고 올렸습니다. 나무 관세음보살
조금 정신을 수습하고 일어서려는데 또다시 천상에서 염불이 흘러나옵니다. 아재 아재 바라 아재 바라승아재 모지 사바하
저는 아~~ 이제는 본격적인 수기를 주시는구나... 어떤 도법 어떤 수승한 법력을 하사하시는구나... 잔뜩 기대를 하며 귀를 세우고 있는데, 아재 아재 바라아재 바라승아재 모지 사바하 ...
"아재? 아재한테 바래 바라긴 뭘 바라냐 이놈아! 정신 차려라 이 못난 놈아! 니 아저씨가 주긴 뭘 주냐 아저씨한테 백날 빌어봐라 이놈아!"
마른하늘에서 불벼락치는 듯한 음성으로 호통이 내려오는 겁니다... 아재는 경상도 말로 아저씨입니다... 실망은 차지하더라도 얼마나 혼비 백산했는지요... 지금도 모골이 송연합니다.

그렇습니다. 기도 중 수기마에 들었던 것입니다.
수기마란 기도정진 시에 수행자에게 부처님 모습을 하든 산신 할배 모습이든 돌아가신 부모님 모습이든 심지어 용이나 호랑이 모습 연예인 모습 등 천변만화의 모습으로 나타나 수행자의 기도 성취를 방해하는 마장을 말합니다.
흔히들 법당에서 기도 시에 관세음보살이나 지장보살 아미타불 등을 보고 환희로움에 큰 가피를 입었다 하시는 보살님들이 많이 있는데...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이후로는 어떤 현상이 꿈에서 오든 현실에서 오든 육하원칙에 의해 꼭 짚어봅니다.
예를 들면 관음보살께서 연꽃을 들고 제게 주려 하신다면, 보살님 어떻게 오셨는지요, 왜 저한테 이러시는지요, 전 이런 것 받을 그릇도 안 되고 준비도 안 됐으니 신실히 기도하는 다른 재자들한테 주십시오 하는 식입니다.
요즘 울 법당에 기도 열심히 하시고 신심을 내어 기도 중인 분들도 계시고 계획 중인 분들도 계시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드리는 말씀입니다.
진언 기도 백일이 다 될 즈음 백일동안 기도하면서 조금 나태했던 면과 부족함을 보궐하는 의미로 칠일을 더 하고 백팔 일째 회향하면서 임진년 일월 일일부터 삼천 배 백일기도를 산신각에서 하기로 작정을 하였습니다.
그러자마자 평생 아무렇지도 않던 무릎이며 골반 등이 슬슬 비명을 질러댑니다. ㅎㅎ 귀신을 못 속인다는 게 이래서 나온 말인가 봅니다. 마구니는 수행자들을 성취 못 하게 방해하는 게 업이므로 당연하겠지요. 요 며칠 쉬며 몸 관리를 하는데도 점점 심해집니다.
오십 평생 처음으로 정형외과엘 갔습니다.
의사선생님 왈, '증상으로 봐선 디스크가 중기 정도 진행됐던지 무릎 연골이 많이 닳아진 상태로 보이니 엑스레이 좀 찍어보자' 하시대요.. 그러자마자 기달렸다는 듯 안 아프던 왼쪽 무릎 골반 쪽도 묵직해져 오는 겁니다.
잠시 후 사진판독을 하시던 닥터 분 고개를 기웃기웃 제 무릎을 만져보더니 안색이 일그러집니다. 허허 신경이 어저고 저쩌고 장황히 설명하는데 결론은 신경통이래요 ㅋㅋ
해마다 저마다의 소구소망을 안고 수많은 불자들이 기도수행을 합니다. 참선도 하고 독경 진언 절수행까지 다양한 근기와 방법대로 수행을 시작합니다. 세세 생생 지은 업장을 소멸하기 위해, 업장이 소멸하고 무너지면 복력이 증진되리란 서원으로 백일 천일 만 배 십만 배 백만 배 기도에 정진합니다.
분명한 것은 누구나 기도하면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진리입니다. 어떤 이는 백 일간 지성으로 한 번도 빼먹지 않고 정성을 들였는데 선몽은 커녕 아무런 표시조차 없다는 말들을 하곤 합니다. 기도 성취는 몽중일여로 선몽으로 보여주는 몽중가피와 부지불식간에 저절로 원하는 바대로 이루어지는 명가가 있기 때문입니다.
늘 기도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뜻대로 원하는 바대로 자기도 모르는 새 이뤄지는 가피를 명훈 가피라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명심하여야 함은 기도와 마장은 늘 샴쌍둥이처럼 함께 한다는 것입나다. 수십 년을 기도하는 수행자라 할지라도 마찬가지고 설령 이미 성불한 존재도 예외는 아니란 것입니다.
모든 기도엔 반드시 병마가 들게 됩니다. 세세생생 이어온 습기에 의해 발현해 그 원인이 식멸될 때까지 병을 줍니다. 꾸준히 기도를 밀어붙이다 보면 어느 시간이 되면 불현듯 사라집니다.
저 역시 천일기도 시에 치통이 와도 기도에 방해될까 무서워 조약으로 삼 년을 버티고 나니 이미 잇몸은 임플란트도 못할 정도로 망가져 있고 부실한 섭생으로 장기가 다 무기력해진 과보를 받았습니다.
저는 기도 수행 지도 시에 제일 강조하는 게 섭생입니다. 먹고 싶은 것 가능하면 참지 마십시오. 본인이 직접 살생하지 않은 것은 수행 도구로 삼아야 할 줄 아는 것도 지혜입니다.
그다음엔 조금만 아프더라도 가까운 병원에 꼭 가서 약을 받아 드시고 기도 정진을 하셔야 합니다. 아무리 기도의 효과 효능이 좋다 한들 법성체인 내 몸이 병나면 무엇을 도구 삼아 수행 인연을 짓는지요.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도 무리한 고행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늘 의사(지금으로 말하면 기공사나 추나요법 하시는 분)들 항상 대동하고 다니셨다네요.
부처님 말씀은 늘 상황에 대입한 통변 설법입니다. 요즘 말로 하면 그때그때 달라요 랍니다. 때에 따라 사람들 근기에 따라 각각 설법을 달리 하심이지요. 알아듣기 쉽게 말예요. 그러니 어떤 경에서 몸을 아끼지 말라 했다고 거기에만 얽매이는 건....
또한 어느 스님이 그러는데 어쩌고... 한 가지에 얽매이지 말고 두루 방편을 밝히고 참조하셔야 기도 원만 성취할 수 있음입니다. 저도 제 몸뚱어리가 아프다 비명 질러대는 것이 내 육신 편하게 하여 기도 방해하려는 마구니의 훼방인 줄 알지만 어느 정도 선에서 타협하자는 의미로 병원엘 다녀오는 것입니다.
이 한 해 잘 마무리하시면서 다가오는 새해는 가열찬 불은이 함께 하길....
2011년 12월 8일
관세음보살 승묵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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