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새벽 댓바람이 차고 날씨 변덕도 매섭지만 봄기운이 여기저기에서 느껴집니다.
봄이 알알이 영글어들고 있는지 산신각 오르는 길 여기저기에 생강나무 노란 꽃은 어느덧 제법 화사함을 뽐냅니다. 새봄의 향연을 위해 지난겨울 그들은 모진 한파를 감내했기에 파릇파릇 배어 오르는 풀냄새는 우리의 생명력이 다시 약동하고 있음을 알려줍니다.
가고 오는 수많은 인연의 틈바구니 속에서 수많은 인연의 만남, 헤어짐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날들이 빨리도 흐릅니다.
봄기운이 익어갈수록 새봄이 문을 여는 길목에서 우리 절 마하연에 인연 있는 모든 부처님의 아들딸들의 마음 가운데도 봄기운의 따사로움과 생명력이 가득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우리들이 '지장 백일기도' 정진에 든 지도 어느덧 오십여 일이 눈앞입니다.
특히 이번 기도는 저부터 솔선하여 무엇보다도 지장 정근하면서 절염불을 하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고통스러운 일을 싫어하고 항상 편하고 즐거운 일만 좋아합니다. 고통과 즐거움을 양분해놓고 고통은 결코 내게 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내 귀에 듣기 싫은 말이 내 영혼을 진화시키고 향상시키는 바이블이 될 수 있고, 입에 쓴 약이 몸에 좋을 수 있듯이, 고통을 안겨주는 대상들이 몸과 마음에 커다란 은혜를 가져다주는 수가 많습니다.
기도법에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합니다. 참선 명상 염불 사경 간경 절 등이 모두 수승한 방편입니다.
그런데 작심삼일이라고, 무엇이든 한번 마음먹은 게 바로 실천되고 지속된다면 인생에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 특히나 절수행은 내 몸뚱어리 각 부분을 가만히 두지 않고 아프게 하고 삐거덕거리게 하고 고통으로 교훈을 주려 하니 더 기피하게 되는 수행법이다.
누구나 세월에 장사 없고 속절없는 법이니 한 살 한 살 더 나이 먹어갈수록 두려워질 수밖에 도리가 없다. 절을 해본 사람이면 수많은 선현들께서 말씀하신 '심중에 변화가 온다'는 말을 어렵잖게 체득할 것이다.
진짜로 묘하고 신기하게도 절을 오래 하다 보면 내 가슴 한복판에 안락하고 편안한 휴식 같은 '섬'이 하나 생긴다. 부처님께서 늘 말씀하시던 내가 내 영혼이 언제나 쉴 수 있고 공부할 수 있으며 성장할 그러한 마음의 섬이 문득 생겨 버린다.
자신을 불편하게 했던 남 탓과 시비하는 마음, 원망, 증오, 질투심... 나중엔 기쁨과 감사까지도 그 섬에 다 내려놓게 된다.
무념 무심한 마음이 되는 것이다. 무심은 부처님 마음과 하나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비로소 업장이 사라지고 욕심과 어리석음이 사라진 영원의 나라, 절대 무한의 부처님 나라에 시민이 되고 부처님의 아들딸이 되는 것이다.
절을 하다 보면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게 된다. 살아있다는 자체는 물론 지나가는 바람에게도 감사하고 새벽 기도 후 처음 만나는 별님에게도 달님에게도 저절로 합장 반배하며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는 말이 저절로 나오게 된다.
감사합니다는 최상의 긍정으로 감사한 마음이 부처님 자리리는 말이 저절로 이해되는 것이다. 이렇게 마음이 감사와 은혜로움으로 충만될 때 마음이 열리고 의식이 확장되면서 비로소 남을 위해 기도가 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절을 해보면 참회를 하기 위한 수행으로 절만한 수행이 없음을 알게 된다.
출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미승이 성철 스님에게 물었다.
"큰스님 왜 참회 기도를 해야 합니까?"
"사람은 살면서 항시 업을 짓기 때문에 참회의 절을 해야 하는 것이다."
"자고 나면 다시 업을 짓는데 절을 한다고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가을이면 날마다 낙엽으로 마당이 가득하지 않느냐? 내일 낙엽이 떨어질 테지만 매일 낙엽을 쓸다 보면 어느 날엔가는 깨끗해지는 날이 오지 않겠느냐? 마당을 매일 쓰는 것과 쓸지 않는 것은 천지 차이다. 그처럼 끊임없이 참회 기도를 해서 업을 정화 시켜야 한다. 죄업이 멸하면 그 자리에서 복업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니 참회하는 것으로 복을 구하고 무량겁토록 참회해야 한다."
일념즉시무량겁이라 한 생각에서 팔천생을 윤회한다고 화엄경에 이르셨다.
우리가 어찌 이번 한생만을 살아온 생명이겠는가? 억조창생을 윤회하면서 무량겁 동안 돌고 돌면서 얼마나 많은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나와 남을 가르고 이기심으로 나를 채우고 살아왔던가?
내가 갖은 모든 달란트를 모든 에너지를 모아서 일관된 지향점 타깃을 향해 쏟아부을 때 우리는 부처님 나라에 영주권을 얻을 수 있다. 그리하면 자신감을 얻게 되고 그 자신감은 행복과 편안함으로 다가오게 된다. 지고의 지복의 행복한 편안한 마음이 자신도 모르게 수만겁 묶은 업장을 녹인다.
108배 1080배 3000배는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모든 부처님의 위신력이요 가피요 가호지묘력이다.
일 배 일 배 정성으로 절하는 그대가 부처님이십니다.
마하반야 바라밀
2017년 3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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